‘홍보부 부활’ BNK금융, 내년 부산시금고 계약 앞둔 포석?
별도 부서 독립하고 인원 충원
시금고 둘러싼 물밑 신경전 속
외부 공세 대응 위한 개편 추정
BNK금융그룹은 10일 홍보 라인 정비에 나섰다. 홍보부를 다시 독립시키고 소속도 브랜드전략 부문이 아닌 경영지원 부문으로 옮겼다.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이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에서 ‘그룹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목표로 홍보부를 브랜드전략부에 통합시킨 지 100여 일 만이다.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는 부산시금고 계약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BNK그룹은 이날 하반기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인사는 12월에 진행하는 상반기 정기 인사에 비해 소규모로 이뤄졌다. 조직 개편도 인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홍보 파트를 집중적으로 강화한 게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BNK금융지주는 지난 3월 브랜드전략부에 통합됐던 홍보부를 부활시켰으며 인원도 충원했다. 특히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며 IR(기업 설명)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기관 상대 등 대외 업무 맡는 그룹브랜드전략 부문 대신 부산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룹경영지원 부문 산하로 옮겼다. BNK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일종의 원상 복귀”라며 “기존에 존재했던 홍보부를 다시 살리고 소속도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NK금융지주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과 3개월여 만의 홍보 부문 변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내년 만료 예정인 시금고 계약을 앞두고 최근 외부 공세가 거세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본다.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계약 만료 예정인 내년까지 24년 연속 부산시금고 운영을 맡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15조 3480억 원(올해 기준)의 부산시 예산을 관리할 시금고 자리를 두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일부가 내년 시금고 선정 때 제1금고 자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BNK금융그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7일 제314회 부산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진수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십 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시금고인 부산은행에 고금리 시대, 시민과 상생하는 금융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서지연 의원도 부산시당 논평을 통해 “고금리로 질식하는 부산경제, 부산시 제1금고의 상생 금융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사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 전통적으로 BNK금융지주 홍보부장이 부산은행, 경남은행 홍보부를 모두 도맡아 온 것과 달리 경남은행 홍보부장이 새롭게 선임됐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BNK지주와 부산은행 홍보부가 지역에 보다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BNK금융그룹이 부산시금고 계약을 앞두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제1금고 탈락할 경우 그 여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금고 탈락은 자금 운용력 약화라는 단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금고 탈락 전례가 남을 경우 지역 대학과 주요 기관 등의 제1금고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광주 지역 대표 금융기관인 광주은행이 조선대학교 주거래 은행에 탈락하면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