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내년에도 한국 경제 1%대 저성장”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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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등 8개 IB 보고서
2024년 평균 1.9% 성장 전망
2년 연속 1%대 부진은 처음
정부 기관들은 2%대 낙관 중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경고가 나왔다. 2년 연속 1%대 저성장은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 6월 말 8개 투자은행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평균 2.0%로 전망했으나 한 달 사이 0.1%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들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 2월 말 기준 2.1%에서 3월 말 2.0%로 내려온 뒤 3개월 연속 유지되다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다시 소폭 하락했다.

이들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1.1%다.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초반 성장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의 전망대로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최초가 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70년 동안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다섯 해를 제외하면 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79년 2차 석유위기 파동의 영향이 덮쳤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등 일시적으로 성장 충격을 겪었지만, 이듬해 빠르게 반등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은 실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한국도 하반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의 예상됐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7월보다 34% 감소했다. 오는 10월부터 반도체와 전체 품목의 수출액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그 파급 효과가 내수와 고용으로 확산되기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안에 뚜렷한 경기 반등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정부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다보고 낙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내놨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하반기 상품 수출과 건설투자 부진이 나아지면서 2.0%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현재 이들 정부기관은 하반기 전망은 ‘상저하고’다. 상반기 성장률이 0.9%로 1%를 밑돌았으니 하반기 들어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는 하루 뒤인 11일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둔화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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