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벡스코 정전 사태, 망신살 뻗친 부산 마이스산업
행사장 에어컨 작동 안 돼 더위 시달려
대관 행사 지원·업계 상생에 주력해야
글로벌 전시컨벤션 지원시설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일어난 정전사고로 대규모 국제 전시회가 파행을 빚고 국내외 참가자와 관람객들이 무더위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일 오전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1시간여 뒤 개막식 거행을 앞둔 2023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BIMTC)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면서 리허설이 차질을 빚었으며, 이날 온종일 전시장의 에어컨 가동이 전면 중단돼 행사 관계자와 관람객 등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세계적인 전시컨벤션센터를 지향하는 벡스코의 체면은 물론 ‘국제관광마이스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이만저만 구긴 게 아니다.
정전사고 탓에 BIMTC 행사와 옆 전시관의 제20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 관계자, 각 부스 참가자들은 행사 준비와 손님맞이에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같은 시간 벡스코 주차장에서는 4대의 주차 차단기가 고장난 데다 1대는 하루 종일 먹통이 돼 두 국제 행사 관계자와 차량 방문객들의 출입에 불편을 안겼다. 벡스코는 사고 직후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고 대부분 시설을 정상화했지만, BIMTC 전시장의 모든 에어컨을 하루 내내 가동하지 않아 더욱 큰 문제를 야기했다. 실내의 극심한 더위에 BIMTC를 찾은 18개국 80여 명의 해외 바이어와 수많은 관람객이 앞다퉈 불편을 호소하거나 불평할 정도로 국제적 망신을 산 것이다.
전력 과부하로 추정되는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했다는 게 벡스코의 설명인데,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BIMTC는 부산시가 민간과 함께 부산의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의료관광 분야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다. 장소를 제공한 벡스코도 행사의 성공을 위해 시설과 장비·인력 지원에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당연하다. 여름에 진행되는 국제 행사의 예기치 못한 정전과 냉방 시설의 작동 불능은 벡스코의 안일한 대관 업무와 부족한 비상 대응 능력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한 병원은 BIMTC 부스에 설치한 고가의 의료기기가 정전으로 고장나는 바람에 활용도 못해 사업을 망치고 수리비만 물게 됐다. 그 피해를 누가 보상할 것인가.
벡스코는 과거에 폭우 때마다 제1전시장 천장 곳곳에서 새는 빗물에 대한 대처가 미진해 글로벌 전시장 기능과 부산 마이스산업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벡스코가 자체 수익을 위한 행사 주관에는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민간 대관 행사 지원을 소홀히 하는 등 상생을 외면한다는 불만이 지역 마이스업계에서 터져 나온다. 세계 최상위 마이스도시로 성장하려는 시책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벡스코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부산을 부끄럽게 만든 이번 정전처럼 어이없는 사고와 미흡한 대응이 재발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