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는 서방 언론이 교사한 폭동”
라이시 이란 대통령 미 CNN과 인터뷰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수립 실패할 것”
미국 CNN방송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24일(현지 시간) 방송했다.
CNN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1년 전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를 “유럽 3국과 미국 언론이 교사한 폭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날 인터뷰엔 CNN의 남성 언론인 퍼리드 저커리아가 인터뷰를 맡았다. 저커리아는 이란 보수세력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해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저커리아는 1년 전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를 언급하며 “이슬람에 헌신적인 국가가 수십 개국이지만 그들은 여성에 무엇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곳에 사는 수십억의 무슬림은 그럼 틀렸고 이란 이슬람공화국만 옳다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표정 변화 없이 “당신이 말한 것(히잡 시위)은 이란 국민 안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란 국민은 (히잡 시위를)절대 지지하지 않았고 이란 거리에서 일어난 폭동”이라고 일축했다. 또 “작년에 일어났던 일은 적들이 미디어를 통해 벌인 전쟁”이라며 “그 미디어는 유럽의 3개 국가와 미국에 본사를 둔 하루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TV네트워크로 테러의 전술과 화염병 제조법을 공공연히 교사했다”고 말했다.
CNN과 인터뷰하면서 CNN을 ‘폭동 배후의 후보’로 지목한 셈이다. 이란 정부는 통상 영국, 프랑스, 독일을 자국에 적대적인 유럽 3국으로 꼽는다.
저커리아가 “테헤란에 가봤는데 이란 여성들은 히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여긴다”고 반론하자 “히잡 착용은 이란의 법이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이라면 모두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과 특정 유럽 국가 몇 곳만이 이 법을 준수하는 문제에 대해 이란 사회의 조울증적 상황을 일으키려 한다”며 “그들은 이란 여성의 권리나 히잡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존중의 삶은 이란에서 수백, 수천 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시 대통령은 다른 중동 현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가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우리가 취하려는 조치(우라늄 농축)는 미국의 핵 합의 파기에 대한 대응으로, 핵무기 또는 군사적 차원에 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