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 민주, 외연 넓어질까 좁아질까
당 장악력 커져 표면적으론 호재
구속 리스크가 재판 리스크 된 격
친명계 가결파 보복 땐 분열 우려
정쟁 몰두 민생 외면 역풍 가능성
변화 기회 놓치면 총선 위기설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했다. 민주당은 결정 직후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환호했지만,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해 현 시점에서는 민주당과 이 대표가 확실한 승기를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의 위기는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구속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재판 리스크’가 이제 시작이고, 당 분열은 비등점을 향한다. 당 장악력이 더 커진 이 대표와 강화된 친명(친이재명) 순혈주의가 내년 총선에 호재가 될 것인지에 물음표를 그리는 이가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조성된 정치적 사망 위기를 뚫고 극적 귀환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당내에서 그의 위상을 흔들 요소는 사라졌다. 체포동의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비명계 지도부가 사퇴해 친명 단일대오는 더 공고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명계 핵심 의원과 강성 당원들이 주장하는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응징하고, 나아가 총선 대진표를 친명계로 채울 수 있는 권한은 더욱 확고해진 셈이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당무 복귀 후 당분간 ‘포용’과 ‘단합’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6개월여 남은 시점에 ‘비명계 찍어내기’에 나서고, 이들의 연쇄 탈당으로 인한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면 총선에서 유리할 게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가결파’를 포용할 수 있을지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줄곧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당력을 소모해왔다. 수용되기 어려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탄핵안을 연거푸 처리하고,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에는 ‘정치 검찰’에 대한 감정적인 분노가 섞였다.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개정하는 등 윤리 기준을 스스로 낮췄다. 이 대표 스스로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2번이나 공약해놓고 결국에는 ‘부결’을 호소해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 강성 지지층에 갇혀 ‘반대만 하는 당’ 이미지가 쌓이면서 중도층의 외면을 낳았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은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전에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장동·위례신도시 배임 등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검찰 청사 대신 법정에 나가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은 총선 전까지 줄곧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개인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당으로서는 대여 투쟁의 방향을 성찰하고 변화할 기회를 놓친 측면도 있다”며 “이 대표가 혁신 없이 친정 체제 강화에만 주안점을 둘 경우 이 대표 체제 총선은 그야말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