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vs 활용… 동서고가로 운명 공론에 부치자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심도 중복 7㎞ 구간 폐쇄는 결정
전체 구간 철거 땐 1조 원대 비용
시민단체, 활용 아이디어 등 제안
시민 여론 수렴 절차 필요성 대두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활용안을 검토해 부산 발전의 새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 너머로 보이는 부산항 북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활용안을 검토해 부산 발전의 새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 너머로 보이는 부산항 북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부산 동서고가로의 활용 방안 마련에 공론화 과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관 협치를 통해 역사의 유산을 남긴 부산시민공원처럼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도시 자산이어서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와 노선이 겹치는 약 7km 구간(사상~진양)은 도로 기능이 폐지된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부터 우선협상대상자(가칭 사상해운대고속도로(주))와 실시협약 협상을 진행 중인 대심도 도로의 준공 예정 시기는 2030년이다. 시 임경모 도시계획국장은 “도로 기능 폐지 후 남은 고가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방안은 대심도 도로 개통 2~3년 전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환경단체 (사)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3월 동서고가로를 단순히 철거하기보다는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낙동강에서부터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지는 전체 14km 구간을 자전거 도로나 보행로, 공중공원 등으로 재생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추진 중인 도시답게 기후위기 시대에 어울리는 도시재생 사례로 동서고가로를 활용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대 정주철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능을 다한 고가도로를 도시를 가로지르는 ‘보행 고속도로’로 생태화하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북항의 엑스포 부지까지 이어지는 그린웨이를 만들어 도시의 숨통을 터주고, 인근 상권과 도심을 활성화 하는 공간 전략을 시가 수립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그동안 각종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동서고가로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로운 정책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시민에게 철거와 활용의 장단점, 각각 투입될 예산과 향후 파급효과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여론을 반영해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사상~진양 7km 구간의 철거비는 2016년 기준 1025억 원이었는데, 재산정할 경우 1200억~1300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비용은 대심도 도로 사업비에 합산돼 향후 시민들이 지불할 통행료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 잔여 구간인 우암고가교 구간의 철거비(1397억 원)와 대체도로(지하도로) 건설 비용을 합칠 경우 소요 예산은 9000억~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구간의 경우 비용이 막대한 만큼 2030월드엑스포 유치 성공으로 국비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철거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일보>는 총 8회에 걸친 기획취재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를 통해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에 따른 예산과 교통, 안전 문제 등을 집중 점검한다. 국내외 고가로 재생 사례를 통해 동서고가로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서울로 7017’, 뉴욕 하이라인,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현장도 직접 다녀왔다.

지난 8월에 열린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 아이디어 콘서트’에 참석한 경성대 박훈하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민도 모르는 사이에 7km 구간의 도로 기능 폐지가 결정된다는 건 시민 권리의 훼손”이라며 “만약 동서고가로가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서 사람 중심의 길로 전환된다면 부산의 강과 바다가 다시 만나는 기회이자 자치력 회복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영·서유리·변은샘·손희문 기자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