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존재감 미미한 부산관광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지자체
너도나도 관광객 유치에 희망 걸어
수도권 대응 축 자임 부산 역할 주목
하지만 서울에 여전히 압도적 열세
최근 국제관광도시 사업마저 실망
남은 기간 실효성 있는 개선책 절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전국이 지역소멸의 벼랑 끝에서 마지막 희망 줄을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대고 있다. 저마다 빼어난 자연환경을 내세우며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의 생활인구 증가를 바라는 것이다. 부산 역시 이 대열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국내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는 곳이 부산이라고 시민들은 자부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적인 자부심과는 거꾸로 부산관광은 갈수록 그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지역관광의 위상 하락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지역도 대체로 비슷하다. 큰 기대 속에 조성한 케이블카나 테마공원, 출렁다리 등을 무기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 보지만,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의 파워에 밀려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향후 생존의 구명줄로 여기고 있는 관광객 유치에서마저 지역은 소멸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국토의 양대 축을 지향하는 부산이 마땅히 여기에 균열을 내줘야 하는데, 부산관광은 여전히 안팎의 이런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여러 자료에서 보듯이 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관광지는 서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달 7월 한 달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약 26만 4000명이었지만, 이들의 국내 방문지는 대다수가 서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 같은 달보다 3배가량 늘어났어도, 서울 외 다른 지역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외래 관광객 조사를 보아도 서울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입국한 관광객 157만 명 중 서울을 방문했다고 답한 경우는 81.8%에 달했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2020, 2021년엔 60%대에 머물렀던 비율이 올해는 80%로 껑충 뛰었다.

부산은 두 번째로 많은 15.6%를 기록했지만, 서울과는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구나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부산의 주요 관광지 입장객 수는 629만 명으로, 2018년 863만 명에 비해 무려 27.1%나 줄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29.3%가 감소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줄었다. 부산이 관광지로서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최우선의 선택지는 아님을 보여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의 국제관광도시 육성 사업이 그동안 알맹이 없이 겉돌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최근의 지적은 참으로 뼈아프다. 2020년 1월 부산이 인천을 제치고 국내 처음으로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됐을 당시 지역 관광업계는 기대감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5년간 총 1500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관광 자원의 발굴·개발로 국가 관광전략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넘쳤다.

그러나 국제관광도시 사업 기간의 절반이 훌쩍 지난 지금, 그 효과를 실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역 업계는 관광객 유치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며 대놓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심지어 박형준 부산시장마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관련 사업만 69개나 될 만큼 부산관광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듯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결국 백화점식의 보여 주기 행정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그사이 코로나 사태가 있긴 했으나, ‘202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라는 턱도 없이 높게 잡았던 목표는 애당초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였던 셈이다. 실제로 올 7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관광객은 불과 89만 명이었다. 전형적인 행정 주도의 사업이 빚은 참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제관광도시 사업은 1년여 정도가 남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앞으로도 크게 기대할 게 없지 싶다. 국제관광도시로 가는 길이 무조건 거액의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그동안 국비를 쥔 문체부에 휘둘려 부산시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이 사업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 끝난다면 앞으로 부산의 국제관광도시 도약의 추동력을 어디에서 찾을지 막막하다. 만약 이 사업이 최종 실패로 귀결될 경우 국내 안팎에서 부산관광의 설 자리가 지금보다 더욱 위태로워질 것은 보지 않아도 명확하다. 사업 방향의 수정, 구체적인 콘텐츠 개발 등 무엇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흘려보낸 3년여의 세월을 탓하기에는 앞으로 남은 1년여의 사업 기간이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