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도로로 정체 풀릴까” 의문… ‘유료 불만’ 해결도 과제[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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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3. 교통·안전 문제는 어떻게

지상·지하 도로만으로 소통 의문
철거 따른 교통 분산 실효성 우려
부산시 “흐름 개선·정체 해소 기대”
우암고가교 구간 활용 방안 관심
북항 부두 운영 땐 존치 필요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개통 후 동서고가로 약 7km 구간의 도로 기능 폐지가 예정돼 교통 정체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동서고가로 범내골램프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켰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개통 후 동서고가로 약 7km 구간의 도로 기능 폐지가 예정돼 교통 정체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동서고가로 범내골램프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켰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서고가로 사상~진양 구간의 철거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교통 문제다. 출퇴근 시간과 주말을 중심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는 이 고가도로를 철거해도 과연 차량 소통에 문제가 없겠냐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유료도로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가 개통하더라도 무료인 동서고가로를 그대로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이 여전히 나올 정도다.

지난 6일 오전 출근 시간대 혼잡을 빚고 있는 부산 동서고가로 범내골램프.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6일 오전 출근 시간대 혼잡을 빚고 있는 부산 동서고가로 범내골램프. 김종진 기자 kjj1761@

■왕복 6차로 고속도로가 대체

이르면 2030년 준공 예정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총 22.8km) 건설의 전제 조건은 동서고가로 노선 중 사상~진양 구간(약 7km)의 도로 기능 폐지다. 대심도 도로와 중복되는 이 구간이 무료도로로 존치될 경우 유료도로의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서다. 부산시 임경모 도시계획국장은 “대심도 도로와 겹치는 구간의 노선 폐지는 민간투자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대심도 도로 개통 후에도 동서고가로를 도로로 이용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동서고가로의 교통 정체가 만성화돼 있는 만큼 향후 개통될 대심도 도로만으로 원활한 차량 소통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사상구에 직장을 둔 한 운전자는 “가뜩이나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노선이 생기면서 지상 도로의 차선이 줄어들었고, 신호 체계도 복잡해져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며 “동서고가로가 없어지면 교통량을 분산할 대책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현재 동서고가로는 왕복 4차로이고, 대심도 도로는 구간에 따라 왕복 4~6차로로 계획돼 있다. 시 도로계획과 김정명 주무관은 “사상~진양 구간의 대심도 도로는 왕복 6차로로, 현재보다 편도 1차로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차량 속도 역시 동서고가로는 시속 70km 정도로 제한되지만, 대심도 도로는 말 그대로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시속 100km까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또 “해운대에서부터 대심도 도로를 바로 이용하는 차량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시내 차량 흐름도 개선될 것”이라며 “광안대교나 황령터널 정체도 지금보다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동서고가로를 화물차나 버스 같은 대형차 전용도로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 도로계획과 측은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는 화물 물동량까지 고려해 전 차종이 다닐 수 있는 지하 고속도로 첫 사례로 건설된다”며 동서고가로의 대형차 전용도로 활용에 선을 그었다.


1992년 12월 개통 이후 17년 만인 2009년 8월 1일부터 무료화된 부산 동서고가로에서 2009년 8월 3일 오전 굴착기를 이용한 요금소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1992년 12월 개통 이후 17년 만인 2009년 8월 1일부터 무료화된 부산 동서고가로에서 2009년 8월 3일 오전 굴착기를 이용한 요금소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무료도로이던 동서고가로가 유료도로인 대심도 도로로 대체되는 데 대한 시민 불만은 부산시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동아대 김회경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은 유료도로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라며 “요금 징수가 종료되는 도로가 하나씩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유료도로가 건설돼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 7km 구간은 어떻게

사상~진양 구간의 도로 기능 폐지 후 우암고가교를 포함한 나머지 7km 구간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동서고가로의 잔여 구간을 대심도 도로에 접속시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어디에 접속 구간을 둘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확정되지 않았다. 시는 올 2월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GS건설(주)컨소시엄(가칭 사상해운대고속도로(주))과의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통영향평가 역시 실시협약 체결 후 실시설계에 들어가야 진행되는 절차다.

부산 동서고가로 진양램프.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서고가로 진양램프. 김종진 기자 kjj1761@

시민단체의 제안대로 동서고가로를 철거하지 않고 자전거 전용도로나 공원으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당장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지는 전 구간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시가 우암고가교를 대체할 지하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체 검토한 결과 9000억~1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부산항대교 바깥에 위치한 북항 부두의 운영 여부도 우암고가교 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우암고가교를 포함한 동서고가로의 기능이 애초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 있었던 만큼 북항 부두가 운영되는 한 항만물류 도로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부산항만공사 윤지현 국민소통부장은 “해양수산부의 ‘북항 중장기 운영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는 신선대와 신감만·감만 부두는 인트라 아시아 물량을 처리하는 부두 기능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향후 운영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는데,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가 확정되면 55보급창 이전과 함께 북항 기능 재편도 탄력을 받지 않을까 관측된다”고 말했다.

부산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도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행사장으로 예정된 북항 재개발지역 접근 도로망 개선사업 명목으로 우암고가교 대체도로 건설 비용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역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어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여부에 따라 동서고가로 전체 구간의 활용 방안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시 민순기 도로계획과장은 “동서고가로를 뜯고 난 뒤에는 활용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섣불리 철거 여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시각으로 충분히 고민한 뒤 전체적으로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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