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행사 유의미한 성과… ‘공연예술마켓’ 가능성 봤다 [2023 BPAM]
국내외 공연 관계자·시민 등
나흘 동안 1만 8000명 참여
‘클래식음악·전통연희 추가’ 의견
“시민 관객 유치 확대는 과제로”
“대과 없이 잘 치렀다기보다는 결함도 있었지만 도전적으로 잘 풀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행사 진행 실책은 경험 부족일 테고, 행사 콘텐츠는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년부터는 조직이나 콘텐츠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민 관객을 어떻게 공연장에 끌어들이느냐가 앞으로 관건일 듯합니다.”
부산시 주최·부산문화재단 주관으로 지난 13~16일 부산시민회관 일대에서 개최한 제1회 2023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 대한 자체 평가이자 소감이다. 첫해 개최한 공연예술 마켓치고는 규모나 진행 면에서 굉장한 의욕을 보인 것도 사실이어서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큰 낭패를 당하지 않고 치러냈다는 데 어느 정도는 만족하는 듯했다. 다만 ‘축제형 마켓’으로서 부산 관객 개발과 콘텐츠에 있어서 예술적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작업 등은 필요할 것으로 제기됐다. 첫해 BPAM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세계적 공연예술 도시 부산 출발점
제1회 BPAM에는 해외 델리게이터 69명(캐나다 시나르 15명 포함) 등 국내외 160여 명의 공연산업 관계자와 473명의 예술인, 시민 등 총 1만 8000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품은 초이스(공식 초청) 22작품, 웨이브(협력 프로그램) 70 작품 등 총 92개로 무용·음악·연극·마술·코미디·거리예술 등 국내외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특히 제14회 부산국제춤마켓(13~15일 금정문화회관)과 2023 부산거리예술축제(13~15일 부산시민회관 일대)가 연계됨으로써 관람에 특별함을 더했다.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14일 개막식에는 국내외 33개국 공연예술산업 관계자, 예술인, 시민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박형준 시장은 환영사에서 “올해 제1회 비팜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도시 부산을 향한 출발점”이라며 “지역 예술인에겐 세계로 진출할 기회가 되고, 전 세계 예술인이 부산에 와서 앞다투어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그 자체가 시민에겐 축제가 되는 행사로 매년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부산서 에든버러나 아비뇽 같은 공연예술 축제가 만들어져 놀라웠다”며 “예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다채로운 공연을 접할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산시는 ‘아시아 최대 공연예술 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내걸고 다양한 공연예술 유통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올해 처음 준비한 BPAM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의 공연유통 플랫폼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PAM 방향성 문제 짚고 넘어가야
이종호 BPAM 예술감독은 “그저 편안하게만 가겠다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은 있지만 주최측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행사 진행은 현장 경험의 문제이고, 조직 정비하고 인력도 보충하면 내년엔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예술감독도 BPAM 방향성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PAM이 마켓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축제 성격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앞으로 종합평가를 해 봐야 내년도 윤곽이 나오겠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모든 종류의 퍼포밍아트를 다 넣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우리가 마켓이라고 하면 무용·연극·서커스·다원예술 정도를 떠올리는데, 여기에 클래식 음악과 전통 연희와 전통예술까지 아우르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BIFF) 성공 사례에서 보듯, BPAM만이 가진 특색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 전 지역 프로그램을 가져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서유럽, 미국, 캐나다 정도로 프로그램 절반을 채우더라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작품도 채우고 싶습니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서구 사회가 갖지 못한 독특한 문화적 전통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적 전통무용, 한국적 발레라고 하듯이 그런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부산시민을 비롯한 한국 관객들에게 평소 보기 힘든 진지한 작품을 가져오겠다는 각오입니다.”
■“다른 문화예술과 연계해도 좋을 것”
올해 최대의 성과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 행사를 만들 만한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적든 많든 공연예술의 해외 유통 경로를 마련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대 1 면담 형식으로 진행된 ‘비팜 데이트’에서 해외 델리게이터 간 협상이 오고 간 작품만 해도 약 20개에 달한다. 당장 ‘BPAM 해외 유통’ 1호가 유력한 부산 연극 ‘컨테이너’의 해외 유통 사례는 모범 사례가 될 것 같다.
향후 제일 큰 과제는 조직 재정비이다. 올해 행사를 치르기 위해 주관처인 부산문화재단이 여러모로 고생은 했지만, 조직위원회를 별도로 꾸려야 할지, 이 체제 그대로 지속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 5~6월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승계, 확장한 ‘부산K-아트페스티벌’(가칭)을 개최할 예정인 만큼 별도 트랙으로 갈지 통합할지도 과제다.
무엇보다 올해 행사를 통해 눈으로 확인한 게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게 작품 선택”이란 점이다. 이게 핵심이다. 이는 예술감독을 비롯한 협력 프로그래머의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 프로그래밍이 어려운 이유는 시민과 전문가(델리게이터)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BPAM 톡(세미나)’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강조했지만 현대 공연예술은 협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이런 축제형 마켓이나 페스티벌을 통해 다른 분야의 관계자를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데 프로그래머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
다음은 재정적인 부분이다. 돈만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비전만큼이나 이를 실현한 재정 확보는 필수적이다. 올해 BPAM의 경우 자체 예산 5억 원에다 협력 프로그램, 부대행사까지 붙여서 8억~10억 원으로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장 규모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막 공연은 10개 미만이고, 대부분 쇼케이스 공연인데 1000석이 넘는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는 공연 단체로서도 부담이 컸다. 대극장 객석 수가 너무 많다 보니 500명이 와도 썰렁한 분위기였고, 예술 행위자와 청중 사이에 에너지를 주고받기가 어려웠다. 참석한 몇몇 델리게이터들도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시민 호응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부산 지역 예술가는 물론이고 시민 관객의 참여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도 관건이다. 어떤 페스티벌은 한시적으로 3년간은 전 공연 무료를 내세우기도 했지만 부산은 일단 유료(쇼케이스 공연 타임당 3000원, 전막 공연 1만 원)로 진행했다.
영국에서 참가한 아이러브스테이지 김준영 대표는 “런던에는 공항, 항구, 철도역사에 도착하면 이미 그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각종 축제나 공연 관련 브로슈어나 리플렛이 즐비한데 부산에선 부산역이나 김해공항에 도착해도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아쉬웠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부산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델리게이터인 장성은 시나르 한국본부장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부산의 다른 문화예술과 연계해도 좋겠다”면서 “시나르 팀은 잠깐 짬을 내 일광에서 열린 ‘바다미술제’를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은 이번 BPAM을 거치면서 “옛날과는 다른 시민들의 욕구가 느껴졌다”는 많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예술감독의 말을 인용하면서 내년 BPAM을 기약한다.
“2030 월드엑스포를 부산이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죠.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대형 공연장 두 개를 이미 짓고 있고, 이제 유통을 책임질 공연예술마켓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부산은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연예술 중심 도시로 거듭나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미 영화와 미술 쪽은 잘 나가고 있으니 공연예술만 수준이 올라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내년에 더 나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