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역사 부조하는 데 진력…요산 정신에 부합”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평]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에는 네 편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올랐다. 국가/집단으로부터 배제되거나 유린되는 외부자의 존재를 부각한 이승우의 <이국에서>는 대안적 공동체의 상상을 통해 우리 시대에 편재한 폭력을 성찰하는 사유가 돋보였다. 김옥숙의 <배달의 천국>은 재난자본주의 시대 자영업자의 신산한 생존사를 핍진하게 재현한 한편 지금󰠜이곳의 지배적 정동이 된 적대와 혐오를 천착한 점이 특장이었다. 부산에 실재했던 두모포왜관과 동래상인이라는 역사적 소재에 허구적 상상력을 접붙인 배길남의 <두모포왜관 수사록>은 장소의 잊힌 역사를 흥미롭게 복원했다는 점에서, 배이유의 <밤의 망루>는 상실, 고독, 자유와 같은 삶의 보편적 문제를 미학적 문체로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방현석의 <범도>는 대한독립군을 이끈 홍범도와 포수들의 항일 무장투쟁을 서사화한 장대한 스케일의 역사소설이었다. 시대적 의미와 문학적 역량을 두루 갖춘 작품들이 많아 숙고를 거듭한 끝에, 심사위원들은 방현석의 <범도>를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범도>는 ‘홍범도’라는 영웅적 인물을 발탁했으나 단지 영웅서사로 귀결되지 않는다. ‘홍범도’를 빌어 불행한 시대에 연루된 수다한 자들의 고통과 희망을 복구하며, 기념비적 역사에 등재되지 못한 비천한 자들의 분투를 기록한 <범도>는 외려 민중서사로 독해되는 예외적인 역사소설이다. <범도>가 부조한 민중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포수이며 영락한 양반이며 여성이고 동학교도이며 고향을 떠난 이민/난민이기도 한 그들은 항일로 연대하며 조선의 구원을 함께 열망하고, 다시 계급과 성별, 종교와 국적/민족의 차별이 없는 세상의 도래를 거듭 상상한다. 그러므로 <범도>는 민중서사를 넘어서는 민중들의 서사로, 민족주의 서사를 극복한 민족횡단의 서사로 도약한다. 이례적인 역사서사로 이행한 <범도>는 지배적 역사의 결을 거슬러 소수자들의 역사를 부조하는 데 진력해온 요산 김정한의 문학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한반도와 만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넘나들며 십여 년의 시간을 온전히 다해 역작을 완성한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심사위원 모두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조갑상 황국명 구모룡 손홍규 김경연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조갑상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조갑상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황국명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황국명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구모룡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구모룡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손홍규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손홍규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김경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0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김경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