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혁신전략' 국립대병원 초점… 부산대병원 “환영” 사립대병원 “아쉽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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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총인건비 규제 완화
인력 유출 방지·인프라 확충 기대
사립대병원, 정책 방향 공감 불구
“지역 의료 한 축인데 지원 전무”
공공수가 현실화 등 보완 없으면
‘응급실 뺑뺑이’ 비극 반복 지적도

정부가 지난 19일 지역·필수 의료 붕괴와 관련해 지방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받기 위해 오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지난 19일 지역·필수 의료 붕괴와 관련해 지방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받기 위해 오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이하 혁신전략)’의 초점이 국립대병원에 맞춰지자 부산대병원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의 사립대병원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립대병원에 치중된 대책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대병원, 지역 최고의 병원으로”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나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혁신전략이 발표돼 부산대병원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필수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국립대병원을 옭아매던 규제 등도 풀려 적극적·탄력적 인력 확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대병원은 교육부의 기타 공공기관에 속해 ‘총인건비’ 규제를 받아왔다. 총인건비가 연 1~2% 상승에 그치다 보니 민간·사립병원과의 보수 격차가 심화돼 인력 확보의 어려움뿐 아니라 인력 유출의 문제가 따랐다. 병원 인력을 증원하려고 해도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심의를 거쳐야 해 탄력적인 수요를 반영하기 어려웠다.

또 이번 대책을 통해 낡은 시설·장비 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부산대병원의 장비 노후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에 따르면, 10년 넘은 의료장비가 부산대병원 본원에는 42%, 양산부산대병원 분원에는 32%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대책에는 국립대병원의 노후한 중증·응급 진료시설 병상, 공공전문진료 센터 등의 시설·장비 개선을 우선 지원하고, 정부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평소 부산대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 모(65) 씨는 “주변에서 서울의 병원으로 가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집 가까운 곳에서 다니고 싶어 부산대병원을 택했다”면서 “부산대병원이 서울 유명 병원만큼 인력이나 장비를 갖추면 지역 사람이 굳이 돈·시간 들여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말했다.

■실효성 내려면 ‘수가·전달체계’ 핵심

다만 보건복지부의 혁신전략이 통하려면 공공정책수가 현실화와 의료환경 개선 등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필수의료 전달체계도 중요한 만큼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지역 병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전문의를 키우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필수의료 기피현상 체감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필수의료분야의 전공의뿐 아니라 전문의 인력마저 미달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공공정책수가’가 정밀하게 설정되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의사의 사명감으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조건과 더불어 적절한 보상, 워라밸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다면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투입하더라도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혁신전략에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포함돼 있는데, 이와 더불어 병원 선정과 전원 등을 총괄하는 과거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대병원 조석주 응급의학과 교수는 “아산병원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25명 있지만 병원에서 뇌동맥류로 쓰러진 간호사를 살릴 수 없었다. 이 말은 세상 모든 병원에서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의사 수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라,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1339’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립대병원 지원은 빠져 ‘아쉬움’

사립대병원에서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의료가 국립대·사립대병원 가릴 것 없이 어려운 만큼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지원은 국립대병원에 치중돼 있다는 것이다. 사립대병원도 중증질환자를 치료하는 등 지역 의료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전공의 배출 등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혁신전략에 사립대병원 지원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월급체계가 정해져 있다. 이번에 국립대병원은 인건비 지원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립대병원은 알아서 벌어 써야 하는 구조”라면서 “사립대병원도 지역에 기여하는 역할이 큰데, 국립대병원에는 각종 거점 센터를 지원하면서 사립대병원 지원은 전무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B대학병원 측은 “코로나19 시기에 국립대병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립대병원도 함께 발을 맞췄다. 그런데 각종 수혜는 국립대병원 중심으로만 고려된다. 앞으로 지역 사립대병원 지원책도 함께 고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지만 환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사립대병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치료 적기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국립대병원이 활성화돼야 환자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우리 병원의 환자들도 보낼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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