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에 날개 꺾인 에어부산
양 항공사 합병 심사 해 넘길 듯
채권단 묶인 에어부산 ‘올스톱’
LCC 몸 불리기 속 홀로 뒷걸음
이름만 김해공항 거점 항공사
국제선 점유율 인천공항에 뺏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면서 심사 지연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부산으로 튀고 있다. 지역 공항마다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지만 김해공항은 여객 대부분을 담당하는 에어부산의 발목이 묶여 국제선 노선이 줄고 서비스 인력까지 줄었다.
2021년 시작된 양대 항공사의 합병은 대한항공이 반독점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해 답보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달 상당한 출혈을 감내하는 내용의 시정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효과는 미지수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알짜인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까지 감내하며 이뤄지는 합병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를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합병 심사가 지연되면서 부산과 김해공항까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김해공항을 모항으로 삼은 에어부산이 합병 대상인 아시아나의 자회사로 남은 까닭이다. 상반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내고도 모회사와 함께 산업은행의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다.
김해공항은 에어부산과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부산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0년을 기점으로 김해공항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에어부산 역시 10년째 김해공항에 터를 잡고 여객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의 채권단 관리를 시작하면서 수년째 중장거리용 신형기 발주가 중단됐고 임금까지 동결됐다.
에어부산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국제선 25개 노선에 26대의 항공기를 투입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국제선은 16개 노선, 항공기는 21대로 서비스 규모가 더 줄었다. 대구공항으로 본사를 옮긴 티웨이항공만 해도 꾸준히 항공기 수를 늘려 현재 30대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이후 항공기 추가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에어부산이 유일하다.
항공기를 정비하고 기내 서비스를 담당할 일손도 부족하다. 관광 수요가 살아나면서 다른 LCC는 일제히 신규 채용으로 덩치를 불렸지만 에어부산은 반대다. 호실적에도 임금이 동결되자 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줄줄이 이직했다. 1년 사이 티웨이항공이 500여 명, 진에어가 100여 명이 넘게 직원 수를 늘렸지만, 에어부산은 되레 그 수가 줄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김해공항은 빈집이 되어 간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김해공항의 전체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19년 11.1%에서 올해 9.6%로 감소했다. 줄어든 점유율은 고스란히 인천공항의 몫이 됐다. 가뜩이나 인천공항으로 집중되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같은 기간 78.2%에서 82.7%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연말 중국 하늘길까지 순차적으로 열리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사회와 상공계에서는 내년까지 합병이 지연될 경우 김해공항의 자생을 위해서라도 에어부산을 아시아나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새 투자자를 찾아 에어부산의 항공기 도입과 인력 채용을 정상화시켜야 김해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서는 부산 시민의 편의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산시와 국토부는 모두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에 말을 아낀다. 심사를 통과하든 못 하든 대한항공의 합병이 일단락돼야 움직일 명분이 선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 중이다.
신라대 항공대학 김재원 학장은 “LCC 업계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투자와 채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에어부산만 모회사에 묶여 모든 게 올스톱된 상태”라며 “2030월드엑스포 유치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이 논의는 국토부와 산업은행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