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지방시대 성공은 재정분권에 달렸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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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 도입 지방시대 종합계획 발표
균형발전·자치분권 기대감 높아져

지방 재원 부족해 국비에 절대 의존
매년 국회 예산안 심사 총력전 펼쳐

지자체 중앙정부 예속화 개선해야
지방재정력 강화가 자치 실현 관건

이달 1~3일 대전에서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기존 균형발전박람회와 지방자치박람회를 합친 이 행사는 ‘이제는 지방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올 7월 10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국가균형발전위와 지방자치분권위를 통합해 발족한 이후 처음 마련한 대규모 박람회다. 전국 17개 시도, 6개 중앙부처가 참여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의 비전 그리고 정책을 논의하면서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있다.

마침 정부가 지방시대 엑스포 첫째 날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겠다며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해 의미를 더했다. 2023~2027년에 걸쳐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회발전특구,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는 교육발전특구,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도심융합·문화특구 등 4대 특구를 도입해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촉진한다는 구상이어서다.

둘째 날에는 지방시대위 출범을 계기로 새롭게 제정한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매년 10월 29일) 기념식도 거행됐다. 종전 ‘지방자치의 날’(10월 29일)과 ‘국가균형발전의 날’(1월 29일)을 한날로 통합한 법정 기념일이다. 이로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고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지방시대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지방시대 엑스포의 잔치 분위기와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최근 비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초조하고 다급하기만 하다. 내년도 659조 원의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산 국회가 이달 들어 개막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한 달간의 예산 정국을 맞아 국비 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반영된 지역 주요 사업 예산이 깎이지 않게 잘 지키고 미반영 사업비를 따낼 수 있도록 국회 17개 상임위와 여야, 정부부처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주부터 국비 확보 전담팀이 국회 인근에 상주해 국비 지원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 속에 전방위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 탓에 사상 최대인 59조 원의 세수 결손이 생긴 정부가 긴축 재정을 표방하며 내년 예산안을 보수적으로 짠 게다. 더구나 같은 사유로 정부의 지방교부세 배정액이 줄고 부동산 거래 위축에 따라 지방세인 부동산취득세 수입마저 급감한 상태다.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부산으로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는 물론 초광역경제동맹인 울산·경남과 연대한 대응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각 시도가 절박한 맘으로 국회 예산안 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워 국비 확보에 목을 매는 건 연례행사다. 지방세수 부족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재정자립도를 평균 45%에 그치게 하고 국비 의존도를 높인 결과다. 우리나라 세입구조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7.5 대 2.5 수준이다. 전체 조세 중 지방세는 24.7%로 캐나다 55.1%, 독일 53.7%, 미국 46.5%, 일본 37.7% 등에 비해 매우 낮다. 지자체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예산 운용이 굉장히 힘든 이유다.

지방이 재정적으로 중앙에 예속화한 구조가 여전한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지방자치제 시행 30년이 지났지만,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실효적인 자치분권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열악한 지방재정에 있다. 정부가 분권을 명목으로 지방에 이전하는 권한이 계속 늘고 있으나 정작 지역 살림과 업무 추진에 필요한 재원 충당 방안을 보장하지 않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처지로는 진정한 지방시대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방시대위가 대통령의 지역 공약과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1차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정한 방침과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시도별 발전계획을 세우게 하는 바람에 지역 특성을 고려하거나 창의적이고 차별적인 사업을 반영할 여지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지방시대위가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면 지방의 편에서 균형발전을 전폭 지원하는 든든한 우군은커녕 지자체를 통제하고 간섭하는 중앙집권적 부처 하나가 추가되는 셈이다.

지방자치 취지에 걸맞게 지방주도형 균형발전을 앞당기려면 국세·지방세 비율을 6 대 4 정도까지 끌어올리고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 지방의 과세와 예산 편성권이 확대되게끔 세제를 정비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지방시대위가 앞장서 노력하는 것이 기구 신설 목적에 부합하는 길일 테다. 지방시대가 성공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지방정부 재정력을 강화하는 재정분권 실시뿐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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