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자성대부두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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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도 이제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컨테이너 전용 부두를 갖게 됐습니다. 이웃나라 항만을 이용하지 않아도 미주·유럽 수출입 화물을 직접 처리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1978년 9월 30일 부산항 북항 5, 6부두인 자성대부두 개장식에 참석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사 일부다. 자성대부두는 갠트리크레인, 야드크레인 등 컨테이너 하역장비를 갖춘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로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은 이전까지 일반 화물과 곡물, 광물의 하역을 노동력에 의존한 재래식 부두인 북항 중앙부두와 1~4부두가 전부였다. 규격화한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국제해운 물동량이 급증하던 시기지만, 컨테이너 처리 시설이 없는 부산항의 수출입 화물은 컨테이너 항만인 일본 고베항과 오사카항, 홍콩항에서 환적해야 했다. 환적엔 시간과 물류비용이 더 많이 소요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항에 자성대부두에 이어 1991년 신선대부두, 1997년 감만부두, 2002년 신감만부두 순으로 컨테이너 부두가 건설된 이유다.

5만t급 대형 컨테이너선 4척과 1만t급 1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5개 선석을 가진 자성대부두는 공용 부두로 이용되다가 1999년 옛 현대상선이 장기 임차해 운영하면서 민영화됐다. 2002년 부두 운영권이 한국허치슨터미널로 넘어갔다. 이 부두는 연간 물동량 처리 실적이 1986년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2005년 200만TEU를 돌파하며 부산항이 세계 3~7위권의 컨테이너항, 세계 2위 환적항으로 도약하는 데 한몫했다. 북항의 다른 컨테이너 부두와 함께 수출로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허치슨은 지난달 20일부터 신감만부두로 터미널을 이전하고 있다. 자성대부두 임차기간이 끝난 데다 기존 신감만부두 운영사가 최근 부산신항의 신규 부두로 옮기면서 비게 된 신감만부두를 대체 부두로 확보해서다. 허치슨의 이전은 북항 재래 부두 153만㎡를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해 올 3월 준공된 1단계 사업에 이은 내년 7월 자성대부두 일대의 2단계 사업 착공 전까지 진행된다. 자성대부두 75만㎡ 부지는 재개발을 통해 2030부산월드엑스포 행사장으로 활용된 뒤 친수공간과 관광·휴양·문화·업무 기능의 국제교류 거점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부두 명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용도를 바꾸며 부산 발전에 기여하는 땅의 가치는 그저 보배롭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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