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7000만원 미지급한 요양원 대표 ‘무죄→유죄’ 뒤집힌 까닭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탄력근로제 도입하면서 근로자 개별 동의 받아
“노조 대표와 서면 합의 없으면 무효” 취지 판결
울산지법, 근로기준법 위반 벌금 700만원 선고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근로자 대부분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노조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없으면 무효라를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2부(박원근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무죄이던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울산에서 지자체 위탁으로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는 A 씨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요양보호사 등 직원 27명의 연장근로 가산수당 총 7400만 원 상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앞서 2015년 3월 요양보호사, 간호사, 위생원 등에 대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직원들이 특정한 날짜에 근무를 많이 하되, 다른 날짜에 근무 시간을 줄여서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게 한 것이다. 단위기간(3개월 또는 6개월 이내)을 평균해 1주 40시간 이내로 일했다면 특정 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단,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적용 대상, 기간, 근로일별 근로 시간 등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하는데, A 씨는 개별 근로자들 동의 서명으로 대체했다. 또 대상, 기간 등을 따로 명시하지도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탄력근로제 도입 과정이 이러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A 씨에게 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고 싶었더라도 당시 근로자 과반이 속한 노동조합이 없었고, 탄력근로제 도입 이후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에 근무조별 근무 시간과 휴게시간 등이 명시돼 있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달랐다. A 씨가 스스로 법 위반 소지를 알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조합원 수가 적었지만 노조가 있었고, 해당 노조가 탄력근로제 도입을 반대한 점, 노조가 탄력근로제 도입 법적 근거를 묻는 취지로 자료를 요청했으나 A 씨가 거부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노조는 노인 돌봄이라는 업무 특성상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일은 그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 가산수당 미지급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요양보호사 근무 형태는 실제로 탄력근로제 도입 전과 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임금이 감소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