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의 쏘울앤더시티] 부산대가 부산의 미래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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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내년 2월 6일 22대 부산대 총장 선거
직선제에도 변화와 혁신 못 만들어
대학 위상 추락 ‘지거국’ 맏형도 무의미

대학 혁신 역량에 부산의 미래 달려
전폭적 지원과 뼈를 깎는 노력 필요
선거 과정을 통해 반전의 계기 만들길

부산대 전경. 부산대 건물 외벽에 글로컬대학 선정과 세계적 대학 평가에서 순위가 약진한 내용을 담은 홍보 플래카드가 걸렸다. 부산대제공 부산대 전경. 부산대 건물 외벽에 글로컬대학 선정과 세계적 대학 평가에서 순위가 약진한 내용을 담은 홍보 플래카드가 걸렸다. 부산대제공

부산대 총장 선거전이 불붙었다는 소식이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내년 2월 6일 제22대 총장 선거를 시행한다고 알렸다. 다음 달 22~23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이미 6명 정도의 교수가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물밑 선거전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수회 홈페이지에 ‘사전선거운동 의심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자중을 당부한다’는 추천위의 글까지 올라왔다. 부산대 총장 선거는 교수들의 투표 결과에 직원·조교와 학생들의 투표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 결과 1, 2순위 후보자가 정해지면 추천위는 검증을 거쳐 그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하고 그중 1명이 교육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임기 4년의 총장에 취임한다.

부산대 총장직선제는 한 교수의 희생으로 지켜 온 전통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맞춰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에 간선제로의 전환을 압박했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부산대도 간선제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5년 8월 17일 국어국문학과 고현철 교수가 총장직선제, 대학자율화,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직선제 전통은 지켜졌고 20대 전호환, 21대 차정인 직선 총장으로 이어졌다. 다른 국립대들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돌아왔다.

문제는 고현철 교수의 죽음으로 지켜 낸 총장직선제 전통이 부산대를 굳건히 세우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거듭하는 방향으로 끌고 왔느냐는 점이다. 선거를 통해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총장이 자율적이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통해 대학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지극히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해마다 추락하고 있는 부산대의 위상을 보면 대학 구성원들이, 특히 그 중심에 있는 교수들이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얼마나 자율적으로 매진하고 있느냐는 데에는 의문이 따른다.

부산대는 서울의 웬만한 대학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정시 합격자의 100%가 빠져나가고 대기 순번으로 채우면서 지원자 전원이 합격하는 학과도 생겼다. 대우 창업자 고 김우중 회장이 1960년대 경기고 재학 중 공부는 안 하고 주먹을 휘두르고 다니다 서울대 갈 성적이 나오지 않자 부산대에 원서를 넣었다가 광탈하고 연세대 갔다는 일화는 이제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의 맏형’이라는 형식적 예우조차 흐릿해진 게 현실이다.

물론 부산대 위상 추락은 망국적 수도권 집중 때문이다. 기업과 자본이 서울 중심으로 쏠리다 보니 너도나도 ‘인 서울’에 목을 맨다. 대학 입학 과정에서부터 지역의 우수한 인재는 서울로 빠져나가고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젊은 인재들이 떠난 도시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부산대의 위상 추락은 부산의 위상 추락과 동의어가 됐다.

그렇다고 부산대 위상 추락을 외부적 요인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벼랑 끝 위기에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은 체감하기 힘들다. 세계를 향한 도전은커녕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래도 부산에서는 최고라고 위안한다. 지역 사학들은 교수 월급도 못 줄 형편인데 국립대니 망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총장 선거가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북대 총장에게 경북대 의대 수준이 서울 삼류대보다 못해졌다며 의대 질을 높이라고 주문했다는데 부산대 의대라고 다를까.

세계적 도시는 세계적 대학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에 쫓기며 추락하던 미국 경제를 되살리고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것은 워싱턴DC나 뉴욕이 아니라 서부의 실리콘밸리였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탠퍼드와 버클리 같은 훌륭한 대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대가 쇠락하고 있는 부산의 혁신을 주도할 역량을 키우고 있는가.

부산대가 부산교대와의 통합 추진을 계기로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것은 그나마 희망의 씨앗이다. 올해 세계 3대 대학평가기관 평가에서 순위가 약진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러나 추락하는 부산대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면 깜짝 놀랄 정도의 전폭적 투자와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5년간 1500억 원이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일본만 해도 전국에 국제탁월연구대학 7곳을 선정해 각 대학마다 수천억 원씩 쏟아붓는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려면 부산대가 글로벌 허브 대학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전폭적 투자와 강력한 내부 혁신을 이끌 총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22대 부산대 총장 선거 과정이 부산대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게 부산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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