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크루즈 관광 개발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해안 광역권 연안 크루즈 시동 걸 때다

최근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연계
경남·전남 등 지자체서 적극적 관심
부산도 구체적 활성화 방안 내놓을 때
지역 해양 관광 발전에 촉매제 역할
해양관광상품 개발에 유리한 조건 갖춰
운항지로 부산-통영-여수 등 코스 추천
단일화된 크루즈 관련법 제정 꼭 필요
컨소시엄 통해 구체적인 사업 모색
내륙 연계 상품도 지자체 공동 개발을

최근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연계해 경남도와 전남도 등 지자체에서 연안 크루즈 관광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운항이 없는 주말에 정기적으로 승객을 태우고 ‘부산항 원나이트 크루즈’ 운항을 하는 팬스타드림호. 부산일보DB 최근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연계해 경남도와 전남도 등 지자체에서 연안 크루즈 관광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운항이 없는 주말에 정기적으로 승객을 태우고 ‘부산항 원나이트 크루즈’ 운항을 하는 팬스타드림호. 부산일보DB

관광 욕구 다양화와 맞물려 해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해양 관광, 특히 크루즈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엔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연계해 관련 지자체에서도 크루즈 관광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는 이달 초 크루즈 관광 활성화 기반 구축 용역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연안 크루즈 상품화 전략 구체화 등 크루즈 관광 산업의 다각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전남도가 남해안 해양레저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전남-경남-부산을 잇는 크루즈 항로를 개발하고, 여수와 목포 등에 크루즈 터미널·전용부두 등 크루즈 관광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해양수산부와 남해안권 3개 시도(부산·경남·전남)는 남해안을 대표적인 해양레저관광벨트로 조성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도 연안 크루즈에 대한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 부산지역 여행업계와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크루즈 산업에 대한 지자체들의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남해안(부산·경남·전남) 크루즈 시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느 때보다 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주변 환경 여건도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해안 관광 활성화의 지렛대가 될 남해안 크루즈의 성공 조건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지자체들이 남해안 관광 사업의 하나로 연안 크루즈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혹여 그 달콤함이나 장밋빛 전망 뒤에 놓치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없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잠재력은 있나?

남해안은 크루즈를 비롯한 각종 해양관광상품 개발이나 이용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남해안 광역권을 운항하는 크루즈는 없다. 단지 부산, 거제, 통영, 창원, 사천, 여수, 목포 등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크루즈나 유람선 형태로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남해안 크루즈에 대한 관심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남해안은 타 도시에 비해 관광 여가 활동을 하기에 이상적인 기후에다 청명 일수도 타지역보다 많아 크루즈 관광에 유리하다. 섬이 많아 배 운항이 힘든 단점은 있지만, 리아스식 해안, 광활한 갯벌 등 천혜의 자연환경도 갖췄다. 여기다 남해안 일원의 풍부한 문화 역사 유산은 크루즈 관광상품으로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이곳엔 크루즈 등 각종 해양관광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산업체를 비롯해 세계적인 조선업체도 입지해 있다. 중국과의 접근성을 비롯해 800만 명에 달하는 내부 잠재 관광 수요도 있다. 중국-일본-대만을 잇는 이른바 동북아 해상 수송의 지름길로 세계 정기 크루즈 항로 개설 측면에서도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이에 남해안 일원에 크루즈를 도입, 우리나라 해양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남해안 크루즈는 지역 관광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블루오션이 될 확률도 높다. 10년 전 부산연구원이 펴낸 ‘남해안 연안 크루즈 도입 방안’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남해안 지역에 크루즈가 운항한다면 향후 탑승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모습. 부산일보DB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모습. 부산일보DB

■크루즈 운항지는

부산은 유람선 사업이 비교적 발달해 있긴 하다. 하지만 국내 타지역 상황과 큰 차이가 없어 크루즈사업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그나마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인 팬스타드림호(2만 1688t)는 매주 주말에 정기적으로 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주말 ‘부산항 원나이트 크루즈’ 운항을 하고 있다. 일종의 항내 크루즈인 셈이다. 배는 한일 간 운항이 없는 주말 부산항 1부두-조도-태종대-오륙도-해운대(동백섬)-광안대교 구간을 운항하며 부산 앞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오전 부산항 1부두로 돌아온다.

이처럼 항내 크루즈 형태는 남해안 연안 도시 중에서도 일부 운영된다. 하지만 광역권 연안 크루즈는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역으로 남해안 크루즈 산업은 경제성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그렇다면 크루즈 운항지는 어디가 좋을까? 부산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부산-통영(거제)-남해-여수 코스를 추천했다. 운항 시간은 6시간 정도 된다. 운항 코스는 향후 여건 변화, 사업 추진 용이성 등을 고려한 전문가 평가를 통해 선정하면 된다. 운항 경로를 부산-통영-여수로 대폭 줄일 수도 있고, 부산-통영-남해-여수-목포로 운항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부산 연안 1박 2일 또는 그 이상의 일정을 자유로이 선택해 여행할 수도 있다.

■파급 효과와 저해 요인

크루즈 관광 산업은 조선·해운 산업, 해양 관광, 내륙 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종합 산업이다. 따라서 남해안 지역 해양 관광 발전에 있어 촉진제 역할과 함께 우리나라 해양 관광 산업 전반에 걸쳐 직·간접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여객선과는 달리 크루즈선 내부에는 수많은 종사원이 근무하게 돼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연관 효과도 높다. 이를테면 크루즈 육상 연계 프로그램에 따른 배후권 쇼핑관광산업 활성화 등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크루즈선 건조에 대한 기술개발, 국내 특수조선 기술의 발전 촉진, 중소 조선업체 고용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크루즈 선박의 보수·유지와 각종 선용품 생산에 필요한 간접적인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크루즈 기항지 입장에서는 관광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관광 관련 시설과 관광 지원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걸림돌이 많다. 우선 국내 크루즈 시장이 발전하려면 규제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 국내 크루즈 산업은 아직 초창기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정비가 완벽하지 않다. 크루즈 사업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매우 복잡해 현행 법이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연안 크루즈 관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연안 크루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상 유람선을 포함하는 단일화된 크루즈 관련법 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규의 간소화와 함께 연안 크루즈 선내 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 이는 민간사업자의 크루즈 관광 사업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답 있다

팬스타드림호가 부산항을 한 바퀴 도는 데도 기름값 등 자그마치 5000만 원 정도의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크루즈 특성상 대규모 투자와 비용이 들어가기에 민간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초기 단계의 연안 크루즈 관광 산업에 대해 국가 정책 또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민간 기업의 크루즈 사업 초기 투자 시 금융·세제에 대한 행정지원과 함께 크루즈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유류비에 대한 면세유 적용, 선내 부대시설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크루즈 투자 업체의 부담을 덜어 줄 유인책도 필요하다. 여행사가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 자금을 저리로 융자하는 등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남해안 크루즈 사업은 남해안권 광역 지자체가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를 통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회기반시설의 하나인 크루즈 터미널 조성과 크루즈 선박 구입은 지자체(부산·경남·전남 공동 투자)에서 담당하고, 크루즈 운영은 공개 심사를 통해 전문성이 높은 공공 기관이나 민간 사업체에서 조건부 위탁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남해안에는 천혜의 자연 유산과 역사 문화 자산이 풍부해 차별성 있는 정기 크루즈를 도입한다면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다. 이에 성공을 위해서는 남해안 크루즈 선박의 안전성은 기본이고 상품에 대한 신뢰, 차별화가 필요하다. 남해안 크루즈 기항지에서 하선했을 때 내륙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찾아내 이를 관광 상품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화된 크루즈 내륙 연계 상품을 해당 지자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갖춰질 경우, 남해안 크루즈 관광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