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폭탄” 배터리 폭발 화재 주의보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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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부울경 관련 화재 지속 증가
관리 부재 탓 폭발 빈번 …진화도 어려워

지난 12월 18일 하동군 진교면의 한 고물상 폐휴대폰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내린 폭우가 폐배터리에 충격을 가해 연쇄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동소방서 제공 지난 12월 18일 하동군 진교면의 한 고물상 폐휴대폰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내린 폭우가 폐배터리에 충격을 가해 연쇄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동소방서 제공

최근 폐배터리 더미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는 등 배터리 관련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배터리 활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폐배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배터리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7일 경남 하동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6시 20분께 하동군 진교면의 한 고물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공터에 보관해 둔 폐휴대폰 더미에서 시작됐다. 주변에 다른 화기는 없었지만, 앞서 내린 폭우에 일부 휴대폰이 물리적 충격을 받으면서 연쇄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화재 초기 고물상 관계자들이 호스와 양동이로 물을 끼얹는 등 1시간가량 자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을 잡지 못하다 출동한 119소방대에 의해 겨우 진화됐다.

부산에서도 폐배터리 폭발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동구 한 오피스텔 건물 1층에 보관 중이던 폐 리튬 코인전지 더미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당시 한 주민이 6400여 개에 달하는 폐 리튬 코인전지를 포대에 보관했는데, 이것이 폭발로 이어지면서 불이 난 것이다. 불은 건물 내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약 1시간 10분 만에 꺼졌다.

지난 12월 28일 창녕군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카트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진화작업이 펼쳐졌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12월 28일 창녕군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카트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진화작업이 펼쳐졌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동카트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불은 주변 전동카트로 옮겨 붙었지만 곧바로 시설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소방서 확인 결과 해당 전동카트는 당일 운행을 하지 않지 않았으며, 배터리 충전을 위해 충전단자가 접속된 상태였다. 충전 중이던 전동카트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배터리 관련 화재는 지난 몇 년 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20건 안팎이었던 부산·울산·경남 지역 배터리 관련 화재 건수는 2021년 40건, 2022년에는 47건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까지 37건이 발생했다.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 되고 그만큼 폐배터리도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리튬의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고용량·고효율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무선진공청소기 등 소형가전과 IT기기에 많이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ESS저장장치에까지 사용되는 등 갈수록 활용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27일 새벽 1시께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외발 전동휠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배터리가 터진 뒤 제품 속 28개 배터리가 순차적으로 터지면서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김현우 기자 지난 2022년 8월 27일 새벽 1시께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외발 전동휠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배터리가 터진 뒤 제품 속 28개 배터리가 순차적으로 터지면서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이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 용액의 화학적 특성상 화재와 폭발 위험성을 갖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의 경우 관리가 허술한 편이어서 더욱 화재·폭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화재는 일단 불이 붙으면 진화도 어렵다. 하나의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열 폭주 현상으로 주변 배터리에 열을 발생시키고 순차적으로 화재가 확산된다. 물과 접촉 시 폭발 현상이 나타나 위험성이 더 커진다.

진주소방서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에 비해 불길이 갑자기 확산돼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화재 진압 이후에도 연속 폭발로 인해 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 장소에서 물러나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물건은 치우고 소방 출동을 기다리거나, 소형 전자기기라면 소화기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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