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어 위해 마을 하나가 움직일 정도…”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120명 단원·26개 국적 구성
의상 1000벌·신발 140켤레
이동 컨테이너 개수만 99개

진짜 동물 없는 아트 서커스
인간 한계 넘어선 묘기 아찔
“부산 너무 늦게 왔나”싶기도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은영 기자 key66@

“거의 한 마을이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 ‘루치아’ 팀은 총 120명이 움직이는데, 이 중 49명이 아티스트이고, 20명이 기술 담당자, 또 주방이나 세관, 이민국 문제를 처리하는 스태프도 있습니다. 국적도 달라서 무려 26개국에 이릅니다. ‘루치아’ 팀에 아시아인은 아티스트 2명(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해 3명이 있습니다.”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공연 개막에 앞서 만난 ‘태양의서커스’ 홍보 담당 찰리 와그너의 설명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태양의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돌며 공연 중이다. ‘루치아’ 팀을 포함해 5개의 빅탑(초대형 텐트 극장) 공연이 월드 투어 중이고, 아레나(체육관 또는 공연장) 공연 3개, 라스베이거스 상설 공연 등 통상 7~10개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고 있다. 본부가 있는 퀘벡에선 공연은 이뤄지지 않고 프로그램 개발이나 아티스트 교육 등을 주로 한다.

찰리는 “‘태양의서커스’ 성격상 평균 연령 20대의 아티스트들이 가장 주목받지만, 정말 중요한 건 기술팀”이라면서 “기술팀과 예술팀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전체를 총괄하는 무대감독을 비롯해 오토메이션 담당, 음향부, 조명부, 리거(로프나 케이블 관리자), 목수와 페인트공 등 이들이 공연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된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각종 텐트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각종 텐트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빅탑 외부에 걸린 총 4개의 깃발. ‘태양의서커스’ 휘장, ‘태양의서커스’가 탄생한 나라 캐나다 국기, ‘태양의서커스’가 시작된 퀘벡주 휘장, 공연이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국기(태극기) 등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빅탑 외부에 걸린 총 4개의 깃발. ‘태양의서커스’ 휘장, ‘태양의서커스’가 탄생한 나라 캐나다 국기, ‘태양의서커스’가 시작된 퀘벡주 휘장, 공연이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국기(태극기) 등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빅탑’ 등 본국서 95% 가져와

부산의 경우처럼 5000평 규모 대지에 세우는 지름 52m, 높이 20m의 빅탑은 주로 메인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그외 아티스틱 텐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을 받고 물건(굿즈 등)을 파는 로비 텐트 등 총 3개 동으로 구성된다. 현지에선 오피스 사무실, 발전기, 현장 스태프용 컨테이너만 조달한다.

빅탑 외부에는 총 4개의 깃발이 내걸리는데, ‘태양의서커스’ 휘장, ‘태양의서커스’가 탄생한 나라 캐나다 국기, ‘태양의서커스’가 시작된 퀘벡주 휘장, 마지막 하나는 공연이 진행되는 나라의 국기다.

빅탑 공연 특성상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2400명 정도 된다. 빅탑 공연장의 장점이라면 마지막 줄에 앉은 관객도 공연자의 표정을 볼 수 있도록 아늑하면서도 가깝게 설계된 것이다. 빅탑 등 총 3개 동 텐트에 들어간 장비의 95%는 캐나다 본국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동 컨테이너 개수만 99개에 달하고, 2000톤에 달한다. 심지어 이동식 화장실조차도 캐나다 본토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도시를 옮겨다닐 때마다 일정한 공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 온 듯한 느낌을 갖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이 ‘태양의서커스’ 방침이다.

곡예를 담당하는 아티스트 단원들의 심리적 안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커플이나 가족 동반도 많이 지지한다. ‘태양의서커스’는 한 번 투어가 시작되면 오랜 기간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돼 사내 결혼도 많다고 했다. 이때 함께 투어를 다니는 아이들 교육은 홈스쿨링으로 해결한다. 단원들도 공연이 없을 때는 인문학 강의를 듣거나 공연 도시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복지 일환이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정점이라고 불리는 루치아는 투어 공연 최초로 고난도 곡예에 물을 도입해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예술의 경지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정점이라고 불리는 루치아는 투어 공연 최초로 고난도 곡예에 물을 도입해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예술의 경지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창립 40주년

찰리의 안내에 따라 리허설부터 관람했다. 이날 시연은 본 공연 인터미션 후 2부에 나오는 ‘공중 스트랩(AERIAL STRAPS)’ 장면이었다. 시연자는 체조 선수 출신의 아티스트 제롬 소르디용으로, 이 장면만을 위해 3개월 정도 준비했으며, 12년 정도 곡예 연습을 했다고 한다. 제롬은 네 살 난 아들이 있는 부부 (서커스) 아티스트이다.


제롬 소르디용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트. 김종진 기자 kjj1761@ 제롬 소르디용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트. 김종진 기자 kjj1761@

제롬은 “체조 선수 출신인 게 서커스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체조에서 배운 테크닉과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서커스로 가져와서 예술적인 것을 어떻게 더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는데 체조와 서커스가 상당히 보완적인 관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제롬은 또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무서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늘 높은 데서 공연하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그 무서운 감각을 유지하면서 긴장 상태로 공연하기 위해 관객이 없을 때도 이 아드레날린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관사인 마스트인터내셔널 조은주 차장은 “뮤지컬은 A그룹, B그룹, C그룹을 만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한 작품을 공연하지만, ‘태양의서커스’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현재 ‘태양의서커스 루치아’를 볼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부산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시 발데즈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디렉터. 김종진 기자 kjj1761@ 그레이시 발데즈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디렉터. 김종진 기자 kjj1761@

‘루치아’ 아티스틱 디렉터 그레이시 발데즈는 “올해가 ‘태양의서커스’ 창립 40주년인데, 새로운 도시에 와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힘과 에너지가 된다”며 “새로운 관객과 새로운 팬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기대되고, 더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자기 집이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아티스틱 텐트’ 백스테이지 투어

이번엔 아티스틱 텐트로 이동했다. 공연자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준비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선 메이크업도 하고, 공연에 필요한 스트랩을 걸고 연습하는가 하면, 춤을 추거나 체력을 다지고, 휴식도 했다. ‘태양의서커스’ 공연자 분장은 기본적으로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수행하는데 45분~1시간가량 걸린다고 한다.

아티스틱 텐트 입구 소파 옆에는 2대의 TV가 설치됐다. 1대는 실시간 공연 실황을 보여줘 아티스트가 언제 무대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체크하도록 했고, 다른 하나의 TV는 5분 정도 지연돼 아티스트가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기가 어떻게 공연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태양의서커스’는 절대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데, ‘루치아’처럼 동물이 많은 작품의 경우 동물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퍼펫’이라는 줄인형을 도입했다. 퍼펫은 조종하는 사람도 따로 있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아티스틱 텐트. 김종진 기자 kjj1761@

의상실로 이동했다. 공연에 들어가는 의상은 1000벌 정도 된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의상 전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작돼 운송해 왔다. 의상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체형과 퍼포먼스 종류, 캐릭터를 고려해 맞춤 제작된다. 의상 관리팀 장인은 공연 전후로 악어, 이구아나, 바퀴벌레, 메뚜기, 아르마딜로, 뱀, 청새치 머리, 참치 머리 등도 일일이 색칠하고 관리했다. 가발을 관리하는 스태프도 만났다. 의상팀은 4명의 상시 의상 관리 스태프와 현지 직원 4명이 함께한다.

신발 관리도 중요하다. 루치아에는 총 140켤레의 신발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티스트들의 신발이 남아날 리 만무하다. 신발 수선팀에서는 매일 수선하고 색칠한다. 일부 아티스트는 물속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새로운 신발 밑창을 개발하고, 쇼 사이 의상 건조 시스템도 개발했다.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에 앞서 식전 공연을 하고 있다. 객석이 가득하다. 김은영 기자 key66@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에 앞서 식전 공연을 하고 있다. 객석이 가득하다. 김은영 기자 key66@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을 마친 후 출연진 전원이 원형 무대로 나와서 관객에 인사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을 마친 후 출연진 전원이 원형 무대로 나와서 관객에 인사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은 준비된 도시… 너무 늦게 온 듯”

마스트인터내셔널 김용관 대표는 “2007년 처음으로 ‘태양의서커스’를 국내에 소개한 뒤 제2의 도시를 찾았는데 17년 만에 겨우 성사됐다”면서 “부지 확보 문제를 부산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해결한 뒤에도 부산의 공연 시장 규모가 이를 뒷받침해 줄지 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번에 보니까 이제 부산도 ‘태양의서커스’ 공연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경제력이나 문화적 수준을 갖춘 것 같다”며 “오히려 티켓 판매 상황을 보니까 부산은 이미 준비가 돼 있었는데 우리가 좀 늦게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개막 직전까지 70%대 티켓 판매율을 보여 2월 4일 폐막 때까지 90% 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내년 2025년 ‘태양의서커스’ 공연은 확정이며, 2년 간격을 예상하지만 조금 빨라질 수도 있어서 2026년과 2028년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태양의서커스’ 빅탑 공연은 워낙 많은 장비를 셋업하고 철수해야 돼 5주 정도는 해야 하고 4.5주가 최소인데, 이번 부산 공연은 다음 호주 투어 일정상 3.5주(31회 공연)밖에 안 돼 아쉽다”면서도 “‘태양의서커스’는 공연 공급 자체가 제한된 편이어서 원하는 시점에 공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은영 기자 key66@ 13일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부산 개막 공연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은영 기자 key66@

13일 부산 개막 공연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물류나 금융 등 신산업도 중요하지만, 문화관광 콘텐츠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목표이자 꿈”이라면서 “‘태양의서커스’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콘텐츠이고, 2030년까지 부산이 ‘태양의서커스’를 공연하는 새로운 도시로 부산이 선정된 만큼 부산 시민들과 부산을 찾는 많은 분이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정점이라고 불리는 루치아는 투어 공연 최초로 고난도 곡예에 물을 도입해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예술의 경지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주요 쇼 장면의 아티스트들이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정점이라고 불리는 루치아는 투어 공연 최초로 고난도 곡예에 물을 도입해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예술의 경지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는 낙하산을 타고 멕시코에 덩그러니 떨어지게 된 어느 한 남자의 여정으로 시작된다. 멕시코 전설·신화 속에 등장하는 실물 크기의 말, 재규어 등 동물 모형이 무대에 등장하고, 인간 한계를 넘어선 아찔한 아트 서커스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태양의서커스’ 빅탑 공연 최초로 도입한 물에서 펼치는 곡예도 압권이다. 공연은 2월 4일까지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빅탑에서 이어진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