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 단체협상 결렬 통보… 사상 첫 파업 가시화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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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결렬… 파업 수순 돌입
2주 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거쳐
파업 시 부산항 경쟁력 추락 우려
육상노조도 이달 말 ‘준법 투쟁’ 예고

HMM해원노조 조합원이 선상에서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MM해원노조 제공. HMM해원노조 조합원이 선상에서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MM해원노조 제공.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된 것에 반발해 사상 첫 파업을 예고(부산일보 1월 12일 자 1면 보도)한 HMM 노조가 단체협상 결렬을 사측에 통보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파업으로 인해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경우 부산항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16일 오후 4시께 경영진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단체협상은 노조와 사용자 단체가 임금과 근로 시간 등을 교섭하는 것을 말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는 2주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 해원노조는 단체협상 결렬 직후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원노조는 구체적인 파업 계획도 공개했다. 당장 다음 달 인수 예정인 새 선박의 출항부터 막을 방침이다. 해당 선박은 HMM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던 1만 3000TEU급 선박이다. 홍해 발 물류대란이 계속되는 등 배 한 척이 아쉬운 상황에서 초대형 선박 추가 투입이 막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노조는 채권단이 하림과 매각 본계약을 맺는다면 파업 범위를 출항, 하역 등 항만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하림은 HMM 인수 가격으로 6조 4000억 원을 써내면서도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인수 금융을 과도하게 받거나 계열사인 팬오션 유상 증자를 무리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 하림이 HMM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HMM 노조의 사상 첫 파업이 가시화하면서 부산항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환적이나 출항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부산항의 비용 상승과 함께 대외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항만 관계자는 “HMM 선박이라고 해서 자기 화물만 싣는 것이 아니라 해운동맹을 맺고 있는 여러 선사들 물건을 함께 싣는다”면서 “해운사는 정시성이 가장 중요한데 부산항은 불안정하고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 항만 경쟁력이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 또한 파업에 준하는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HMM 노조는 육상노조와 해원노조로 구성돼 있다. 육상노조는 이달 말 정부의 1차 협상 결과를 보고 ‘준법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선원 휴식 시간, 운항 속도 등을 철저히 지키며 운항하는 준법 투쟁은 기존보다 화물 운송이 늦어져 해운사에 큰 손실을 일으킨다.

HMM 노조는 지난해 12월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채권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을 선정한 이후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기도 했으며, 오는 18일에는 서울 국회에서 토론회를 이어간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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