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 위원장 어깨 '툭' 미소… 이틀 만에 '화해 모드'
한 위원장 현장 미리 와 기다려
대통령 전용열차 상경하며 독대
"민생 지원 관련 얘기 길게 나눠"
여권 공멸 위기감에 확전 피해
회견 취소 등 친윤도 비판 자제
"아주 긍정적으로 잘 봉합될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불거진지 이틀 만에 관계 정상화의 수순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같은 시간에 방문했다. 총선을 78일 앞두고 갈등 국면을 수습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확전’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일정이 없었으나, 서천 화재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대에 현장에 도착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마주하자 옅은 미소를 띠면서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어깨를 한 번 ‘툭’ 친 뒤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한 위원장은 예정된 일정을 조정해 미리 와서 윤 대통령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역시 한 위원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채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화해 모드’로 급속히 전환한 것으로 풀이했다.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었지만, 시장 화재라는 민생 현안에 함께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두 사람이 ‘만남’의 명분을 찾은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천 시장 피해 현장 방문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하면서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나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고,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한 갈등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며 “민생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만 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전략 공천 논란으로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깜짝 대면’한 가운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이날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 의원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최근 갈등 양상과 관련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소통하는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파국으로 치닫던 당정 갈등은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전략공천 논란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근본적으로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