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지속 가능한 해양문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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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새해 들어 바다와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이 시행되고, 또 한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부터 시행된 법안은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해양교육문화법)’이고, 이달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해양관광의 체계적인 개발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양레저관광 진흥법’이다. 모두 ‘바다의 도시’ 부산에 힘을 주는 법안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관광시장에서 해양관광의 비중은 5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22년 기준 전국 여행자의 71%가 연안 지역을 방문했는데,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해양교육 활성화 법안 새해 시행

미래 세대 위한 정책 마련 시급한 때

‘부산 바다 알기’ 부산의 미래 원동력

과거 바다는 농어민들의 생계유지와 각종 물자 수송 등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우리의 삶과 늘 공존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 폭넓게 재인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인 자크 아탈리는 “미래에도 초강대국은 바다를 통해서, 바다 덕분에 솟아오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초강대국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도 소중한 바다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바다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바다의 도시인 부산은 단순히 구호적이고 선언적인 바다 교육이 아니라 ‘부산 바다’를 제대로 알고 배우며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일본에서는 바다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해양정책본부와 국토교통성, 국제교류기금재단이 주축이 돼 바다 오염을 막고 인간과 공유하는 바다를 만들기 위한 ‘바다와 일본’이라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330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1만 2000여 개의 단체와 기업이 파트너사로 활동 중이다.

그 첫 과제가 바로 ‘바다에 대해서 배우자’이다. 바다의 변화와 문화, 생물 등 10개의 행동 목표가 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각 지역의 민관학이 공동 진행한다. 예를 들면 자기가 사는 곳과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는 각종 어패류를 확인하고, 이 어패류가 유통 과정을 거쳐 음식으로 바뀌는 과정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또 바닷가를 걸으며 해양 쓰레기에 대한 인식 개선에서 나아가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팀 대회까지 진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2년에 한 번 ‘바다와 일본인에 관한 의식 조사’를 실시해 향후 정책과 입법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도 구축 중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아동기의 바다 체험이 바다에 대한 의식 변화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한 항목이다. 이에 따르면 어린 시절 바다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바다에 대한 애착과 관심도가 높다고 한다. 이처럼 아동기에 바다를 접하고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바다의 다양한 문화와 현상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도 지자체 차원에서 더 구체화한 해양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바로 인간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바다에 대한 애착을 생기게 하는 지속 가능한 ‘바다 배우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표현이 있다. 배워야 알게 되고 알아야 무엇이 문제인지 찾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도 바다나 해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해양교육문화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해양교육을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

특히 우리 부산의 미래 먹거리는 누가 뭐래도 바다이고 그 속에서 많은 과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왕 정부에서 관련 법률까지 제정한 만큼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부산만의 시행 계획을 민관학이 서로 힘을 합쳐 수립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자라나는 아이들이 바다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어린 시절 바다를 알고 체험하는 것은 긍정적인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부산의 아이들이 부산 바다에 관심을 두고 바다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살고 싶은 도시’로 부산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부산을 두고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표현이 통용된 지 오래다. 청년층의 순유출이 많은 사실이 이런 자학적인 표현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장 부산(釜山)스럽고 소중한 자산인 부산 바다를 알기 위한 지속 가능한 교육은 청년층의 부산 순유출을 막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이 바로 부산의 미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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