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액체류 반입 제한, 이르면 올 연말부터 순차 해제될 듯 [트래블 tip톡] ⑨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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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런던 테러 음모 적발 후 규제
완전 금지하다 100ml 이하만 허용해

최근 주요 공항 3D스캐너 설치 확대
대용량 폭발물·단순 액체 구분 가능

유럽 등 일부 공항 올해 적용할 예정
수년 내 확대…액체 제한 풀릴 듯

해외여행을 앞두고 짐을 꾸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을 잘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100ml 이상의 액체, 젤, 크림, 각종 반죽 등이 다. 화장품, 샴푸 등 종류를 불문하고 100ml를 넘는 액체는 기내에 반입할 수 없어 수하물용 가방에 넣어 부쳐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100ml 이상 액체를 기내에 반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 한두 달 뒤부터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고 일러도 2~3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한 항공기 승객이 기내에서 소형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한 항공기 승객이 기내에서 소형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유럽의 인터넷 언론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 공항은 올해 연말부터 100ml 이상 용액 반입 제한을 풀 예정이다. 각 공항에는 최첨단 단층촬영기(CT), 즉 3D 보안감시 스캐너가 설치돼 있는데 이 기기를 잘 활용하면 100ml 이상 용액 반입 제한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주요 공항에 설치된 CT를 사용하면 승객의 가방에 든 물건의 3D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이 영상을 360도 돌려가며 분석하면 승객의 가방에 든 짐을 ‘디지털’ 방식으로 모두 꺼내 분석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승객이라면 휴대하지 않을 위해성 액체류를 적발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공항에서 가동 중인 2D 스캐너는 가방 속 짐을 유기물과 무기물로 나눠 보여주지만 3D 스캐너는 구체적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용 가방 안의 각종 소형 액체류와 젤류 용품. 남태우 기자 여행용 가방 안의 각종 소형 액체류와 젤류 용품. 남태우 기자

3D 스캐너는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물과 과산화수소, 알코올을 구분할 수 있으며 전자제품 내부를 완벽히 비춰 볼 수 있다. 3D 스캐너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물건이 적발되면 현장의 보안요원이 눈으로 직접 검사를 실시한다. 미국 운송안전국(TSA)은 “최첨단 스캐너 기술을 이용하면 대용량 폭발성 물질을 적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3D 스캐너는 검사 시간이 짧기 때문에 보안검사 대기 시간을 단축시켜 항공기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또 액체류를 비닐봉지에 담을 필요가 없는 데다 일회용 소형용기 대신 다회용 대형용기를 사용할 수 있어 플라스틱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외부에서 산 물이나 음료수를 기내에 반입할 수 있어 승객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유럽에서 3D 스캐너를 설치한 공항은 영국 더햄의 티스사이드국제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국제공항 등이다.

한 여성이 여행을 앞두고 짐을 꾸리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한 여성이 여행을 앞두고 짐을 꾸리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영국 정부는 ‘100ml 규정’을 없애는 대신 승객 1인당 최대 2L까지의 액체 항공기 기내에 반입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용기당 용량 제한은 물론 비닐봉지에 넣어야 하는 의무도 사라진다. 이를 위해 런던의 개트윅공항과 히스로공항은 3D 스캐너 실전 배치에 앞서 일부 승객 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테스트도 실시했다. 영국 정부는 오는 6월부터 3D 스캐너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지만 일부 공항에서는 내년 초로 연기하자며 반대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엘프라트공항은 올해 여름부터 3D 스캐너를 이용한 액체류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공항, 시카고의 오헤어공항, 뉴욕의 라과디아공항에 3D 스캐너가 설치됐다. TSA는 미국 전역에서 100ml 규정이 완전 철폐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찌 됐든 세계 모든 공항에는 이른 시일 안에 3D 스캐너가 설치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수년 내에 전 세계에서 100ml 제한 규정은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3D 스캐너를 활용하면 승객 처리 속도가 30% 이상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항공기에 100ml 용액 반입 제한 조치가 도입된 것은 2006년이었다. 당시 테러리스트 20여 명이 영국에서 미국, 캐나다로 가는 항공기 20여 대에 청량음료로 위장한 액체 폭발물을 반입해 항공기를 폭파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발각됐다. 그들은 500ml 사이다병에 과산화수소와 다른 물질을 넣어 비행 중 폭발시킬 계획이었다. 만약 그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2002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를 훨씬 능가하는 대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이후 전례 없는 수준의 보안 조치가 도입됐다. 처음에는 항공기 내에 액체류와 젤류 반입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보안 검색은 점차 완화됐다.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100ml 이하의 액체는 폭발하더라도 항공기 안전을 해치는 요인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항공기에서 100ml 이하 용기 여러 개를 섞어 대형으로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섞는 과정에서 터져 버릴 수도 있고, 이때 제조자가 다칠 정도의 폭발력만 낼 뿐 항공기에는 피해를 줄 수 없는 데다 감시의 눈이 많은 기내에서 폭발물을 섞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보안당국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항공기에 반입할 수 있는 액체류 제한 기준은 ‘용기당 100ml 이하, 1인당 총 1L 용량의 비닐 지퍼백 1개’로 정해졌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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