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한국알콜 울산공장서 기습 고공 농성…벼랑 끝 대치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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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2명 높이 55m 연소탑 점거
반입 물품 놓고 회사·경찰과 실랑이
인권 고려해 물·도시락 등 올려보내
담배 2보루 가져왔다가 경찰에 퇴짜
폭행 조합원 복직·민·형사 면책 요구
불법 수단 동원한 ‘뗏법 시위’ 비판도


화물연대 울주지부가 17일 새벽 울산 석유화학공단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플레어스텍에 올라가 노조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화물연대 울주지부가 17일 새벽 울산 석유화학공단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플레어스텍에 올라가 노조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화물연대 울주지부가 17일 새벽 울산 석유화학공단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플레어스텍에 올라가 노조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화물연대 울주지부가 17일 새벽 울산 석유화학공단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플레어스텍에 올라가 노조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속보=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화물차 기사들의 운송거부 사태가 노조의 고공 농성으로 번지며 벼랑 끝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화물연대와 운송회사, 한국알콜산업 3자 간 갈등이 길어지면서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공 농성이 불법 수단을 동원한 ‘뗏법 시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울산 울주지부 한국알콜지회 송상훈 지회장과 조정현 조직차장이 지난 17일 새벽 3시 10분께 노조원 복직과 손배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내 55m 높이 플레어스텍(배기가스 연소탑)에 올라가 기습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알콜산업과 경찰 등에 따르면 애초 노조원 4명이 야밤을 틈타 미리 준비한 사다리로 공장 담벼락을 넘어 연소탑에 접근했다. 당시 경비 요원이 무단 침입하는 이들 노조원을 발견하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다친 경비요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며 전치 2주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 119안전팀과 구급차 등이 배치됐고, 바닥에는 에어매트가 깔렸다. 18일 현재 농성자들은 이틀째 한국알콜산업, 경찰 등과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알콜산업은 농성자들의 인권을 고려해 1차로 물과 배변용 양동이를 반입하고 오후 들어 경찰과 논의 끝에 도시락을 올려보냈다. 점심 무렵에는 화물연대 측이 농성장에 넣어달라고 가져온 박스에서 핫팩, 보온병 등과 함께 담배 2보루가 발견돼 경찰 검수 과정에서 모두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국알콜 울산공장 정문 일원 등에서는 노조원 약 120명(경찰 추산)이 연대 집회를 벌였다.

한국알콜산업 측은 노조의 이번 고공 농성을 “공장을 무단 점거한 불법 시위”로 보고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역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화물연대 울주지부는 비조합원 폭행 사건에 휘말린 A 조합원의 복직과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회사에서 비조합원인 B(30대) 씨를 폭행해 도합 전치 18주 부상을 입히는 등 폭행·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노조는 “B 씨가 먼저 A 씨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고 욕설해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B 씨의 부상 정도와 현장 CCTV 자료, 경찰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폭행 사건 이후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한국알콜산업과 운송회사는 “형사사건 종결과 폭행 가·피해자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 개인 차주들이 만든 단체로 운송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이다. 한국알콜산업은 이 운송업체에 상품 운송을 맡기는 화주, 즉 제조업체다.

화물연대는 손배가압류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알콜산업 측은 지난달 29일 화물연대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제기하지 않았다. 노조가 일종의 ‘면책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올해 1월 13일부터 한달 넘게 한국알콜 울산공장의 화물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알콜산업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최소 수억 원에서 최대 수십억 원 매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알콜산업은 공업용 에탄올과 초산에틸 생산 업체로 국내 주정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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