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 세척부터 육아 강좌까지… 돌봄 지원 나선 지자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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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식판 소독 지원사업
관내 어린이집 113곳 대상 시행
수영·연제구, 육아 아빠단 운영
현금 지원 넘어 생활 밀착 정책

부산 남구청이 어린이집 식판 세척·소독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오은택 청장을 비롯한 남구청 직원들이 식판 세척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남구청 제공 부산 남구청이 어린이집 식판 세척·소독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오은택 청장을 비롯한 남구청 직원들이 식판 세척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남구청 제공

“사설 세척 업체를 찾아가 보고 식판 세척에 부담을 느낀 부모가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초 지자체가 나서서 작은 부담이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부산 남구청 가족친화과 이주연 주무관은 우연한 계기로 식판 세척·소독 지원 사업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어린이집 식판 이야기가 나온 일이 계기였다. 매일 퇴근하고 식판을 세척하는 게 번거롭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어린이집 일부는 사설 세척 업체를 고용하지만, 소규모 어린이집은 단가가 안 맞아 계약을 못하기 일쑤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그는 아이를 둔 동료들이 많아 사무실에서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은 덕분에 정책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어린이집 식판 세척·소독 지원사업’을 고안해 사업화에 나선 경위다. 이 사업은 기초 지자체가 어린이집 식판 세척을 담당하겠다는 취지다. 기초 지자체가 어린이집 식판 세척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구청 내부 반응도 좋았다. 오은택 남구청장이 ‘아이 키우기 좋은 남구’라는 정책적 방향성과 맞아떨어진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사업은 빠르게 추진돼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주무관은 “식판 세척 사업이 돌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전라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실생활에 밀착한 제도적 지원에 부모들도 만족감을 보인다.

부산 남구청이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식판 세척 사업은 관내 어린이집 113곳 전부가 대상이며, 식판 세척 사업으로 혜택을 보는 영유아는 3501명이다.

‘일상 속 사소한 부분까지 돌봄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사업 취지다. 기존에는 영유아가 각자 집에 돌아가면 부모가 식판을 세척해야 했다. 돌봄 부담과 더불어 영유아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음식물이 묻은 식판이 밀폐된 가방에 담겨 있는 위생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식판 세척 사업으로 이런 문제들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 각 어린이집 식판 수거부터 세척·소독, 재공급까지 남구청이 고용한 업체가 담당하게 된다.

부모들도 매우 만족하는 모양새다. 남구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김규린(38) 씨는 “식판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가방 전체에 음식물이 묻은 적도 있다”며 “구청이 나서서 식판을 세척해주면 더욱 믿을 수 있고, 육아 부담도 덜어서 한결 좋겠다”고 전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육아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실생활에 접근한 저출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수영구는 ‘새싹 육아 아빠단’을 운영하면서 초보 육아 부모를 위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가 이른바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 장을 조성해 육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새싹 육아 엄마단’도 운영하면서 육아 우울증, 스트레스를 겪는 부모를 위한 강좌도 계획하고 있다. 연제구도 수영구와 유사한 ‘육아 아빠단’을 2021년부터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는 돌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이 계속 나와야 저출생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손지현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사회적으로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충분한 장치가 있다는 전반적 인식이 있어야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이번 식판 세척 사업처럼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적 고민을 지속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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