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108. 뇌 건강과 하체 근육 강화를 돕는 '한 발 서기 자세(브릭샤 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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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서기 자세. 시연 김미선 한 발 서기 자세. 시연 김미선

'한 발 서기 자세'는 일명 '나무자세' '브릭샤 아사나(vriksa asana)'라고도 한다. 하타요가 경전인 고락샤 사다카에 나오는, 인도 전설에 묘사된 요가 수행자의 성취를 이끌고 소원을 들어 준다는 신비하고 성스러운 성목(聖木)을 뜻한다.

인도의 고전 우파니샤드에서는 '우주가 하늘에 뿌리를 박고 온 땅위에 가지를 드리운 거꾸로 선 나무'라고 말한다.

나무를 세계의 중심축으로 보는 우주목(木) 사상은 도처에서 다양한 신화의 형태로 반짝인다. 성서 속의 지혜의 나무와 생명나무, 중국의 산해경에 나오는 건목, 시베리아 샤먼의 자작나무 등 모두 생명의 원형을 이루는 우주목들이다.

"묵묵히 나무줄기에 몸을 기대면 인간은 나무에 동화되어 그 내적인 움직임을 들을 수 있게 된다(프랑스 수목학자 자크 브로스)".

비바람의 모진 세월을 견딘 나무의 그늘이 더 깊은 것처럼, 뿌리가 깊은 나무가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심지가 곧아야 잡다한 유혹에서 의연해질 수 있다. 내가 우주목이 된 것처럼 이 자세를 취해 보면서 정수리 백회로부터 발바닥 용천까지 에너지의 흐름을 느껴 보자.

하나의 대상을 향한 의식의 집중을 범어로 에카그라타라고 하는데, 이 자세는 산란한 마음을 억제하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가 크다. 청소년들의 산만함을 줄이는 데도 유용한 자세라고 할 것이다.

왼쪽 오른쪽 양다리를 교대로 수행하다 보면 발을 올리는 높이가 다르거나 자세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시간의 차이가 유난히 큰 사람도 있다.

이는 척추와 골반이 중심을 벗어난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이 자세의 특히 중요한 효과는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도록 하는 통합 조정실격인 간뇌와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소뇌를 발달시킨다. 우리 몸의 균형력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분노 등을 제거하여 신경계를 조화롭게 한다는 것이 임상학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경정신과 계통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동작을 시켜 보면 대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뇌 기능을 좋게 하는 운동이나 학습을 한다면, 대개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대뇌 자극에 집중한다. 어지럼증이나 낙상사고를 예방한다며 흔히 하체 근육 강화에 몰두한다. 하지만 운동 능력과 균형감을 관할하여 현기증과 넘어짐을 막아 주는 곳은 소뇌다. 나이 들수록 소뇌 기능이 떨어지는데, 그러면 쉽게 어지럼을 느끼고 균형을 잃는다. 이에 고령사회 일본은 '소뇌력을 키우자'는 건강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최근 NHK 방송은 소뇌력 특집을 내보내 화제를 모았다. 흔히 사람 몸을 비행기에 비유하는데, 소뇌는 몸 중심 기체와 팔다리에 해당하는 좌우날개를 조종하는 파일럿 역할을 한다. 시각, 평형 감각, 위치 감각 등 신체 여러 부위서 올라오는 감각 정보와 근육의 운동 정보를 통합하고 조절한다.

한 발로 서면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전신의 근육과 신경이 활성화된다. 우리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코어 근육과 다리, 엉덩이 근육과 대근육뿐 아니라 관절 주위의 작은 소근육까지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근육 간의 협응능력이 항상되어 뇌와 근육의 상호작용이 최고조로 상승하게 된다. 한 발로 서면 우리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그때부터 사투가 시작된다. 이때 신체의 협응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협응능력이란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이용해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리듬 능력, 균형을 유지해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는 능력인 균형 능력,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신속히 반응하는 변환 능력, 상황을 감지해 재빨리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반응 능력, 몸 전체를 원활히 움직이게 하는 연결 능력, 자신과 움직이는 물체와의 위치 관계를 파악하는 정위(定位)능력, 도구를 잘 조작하는 식별 능력 등을 말한다. 이처럼 협응운동이란 여러 동작을 동시에 하는 운동으로 리듬, 균형, 속도, 근력, 유연성 등 운동에 필요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는 뇌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가 혼합된 협응운동이야 말로 인지기능 향상에 가장 좋은 운동법이다.

흔히 운동이라면 심폐 지구력을 키우는 유산소 운동과 근육을 늘리는 근육 운동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운동이 바로 균형 운동인 것이다. 주로 소뇌에서 담당한다는 균형 감각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신체감각으로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균형 감각이 퇴화하면 건강이 악화될 위험도 크다.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게재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운동의학 연구 클리닉 연구팀(LINMEX)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후 한 발로 10초 이상 서 있지 못하면 향후 10년 내에 사망할 위험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초 동안 한 발로 서 있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했다. 이들은 비만, 심장병, 고혈압, 고콜레스트롤 등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당뇨 질환 등은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3배 더 흔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약해져 균형 감각이 떨어지기 쉬우며, 건강이 나쁠수록 한 발로 서 있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는 균형 감각이 건강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가 됨을 보여 준다. 글래스고대학 심혈관의학연구소의 나비드 사타르 박사는 "한 발 서기는 좋은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균형 감각은 뇌기능, 근력, 혈액순환과 관련이 있다. 즉 균형 감각을 통해 뇌, 근력, 혈관 건강을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발 서기는 간단한 테스트지만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법이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정기 건강검진 과정에서 한 발 들고 20초 이상 버티기 기능 측정도 있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균형이란 특정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물체는 균형이 잡혀 있을 때 안정적으로 보이며, 불균형한 경우에는 불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균형이 안 잡혀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오기 시작하면 운동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퇴화하면서 예기치 못한 부상(낙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사신경인 균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다.

균형 능력은 총 3가지 경우의 수가 조화를 이루며 발휘된다. 먼저 시각계인 눈은 공간을 바라보며 현재의 본인 상황을 인지한다.

한 발을 들고 잘 버티다가도 눈을 감으면 몇 초 후 바로 균형을 잃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을 뜨고 있으면 잘 잡히는 균형이 왜 눈을 감으면 어려워지는 것일까? 이는 바로 시각에 대한 정보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청각계로, 귀 안쪽에 있는 전정기관이 머리의 수평, 수직, 회전을 감지하고 전반적인 신체 균형을 담당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흔들리는 몸의 상황을 계속해서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체성감각기관(고유수용감각기관)인데 현재 본인의 자세에서 신체 각 부위의 위치를 인지하고, 신체의 감각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체성감각기관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퇴화하여 반응이 느려진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를 하지 못해 넘어지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낙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령자일수록 '한 발 서기 운동'이 더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서 이러한 균형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몸에 있는 근육을 비롯하여 관절 주변의 조직들이 빠르게 반응하게끔 학습하여 일상생활이나 운동 시 최적화된 상황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균형을 잡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 발 서기 운동'은 척추의 자세교정에도 매우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한 발 서기를 할 때 다리만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쫙 펴고 합장한 채 양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병행하면 자세 불균형을 개선하는 효과와 척추 뼈를 잡고 있는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 발 서기 운동은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발에 혈액을 보내고 발에 있는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정맥이 혈액의 흐름을 촉진하기 때문에 전신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 운동을 할 때 갑자기 하면 넘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벽이나 테이블 곁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쪽 발을 15cm 이상 든 채 다른 한 발로 서서 10초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면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과식이나 운동부족 등 안 좋은 생활습관이 있다면 건강을 위해 개선하는 것이 좋다. 또 건강검진을 통해 심혈관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일상생활에서 양치질을 하거나 설거지, TV시청 등을 하면서, 또는 버스나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라도 그리고 꾸준히 한 발 서기 운동을 하기를 권한다. 하찮게 여겼던 '한 발 서기' 동작이 이렇듯 다양한 효과, 즉 하체 근육 단련과 혈류 개선은 물론 척추와 자세교정, 뇌기능 개선 등 뇌와 신체의 노화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꾸준히 실천하기를 권한다.

'한 발 서기 자세', 일명 '나무자세(브릭샤 아사나)' 하나에 이렇듯 깊은 의미와 효과가 있다. 게다가 철학적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장구한 4000년 역사를 지닌 저 갠지스 강물처럼 끊이지 않고 유유히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요가 아사나'에 대한 경외심을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한발 서기 자세]


쉬운 듯 어려운 듯 한 발 들고 서기 자세/나무가 심지 깊게 뿌리를 내린 듯이/한 발만 대지를 딛고 몸의 균형 잡아 보소

수행자 성취 돕고 소원을 들어주는/신비하고 성스러운 나무를 뜻한다네/그 이름 브릭샤아사나 신묘한 힘 알아채길

의식을 집중시키고 산란한 맘 억제케 하며/들뜬 마음 가라 앉힐 또 하나의 묘책이군/범어로 에카그라타 요가 수련 핵심일세

우리 몸 통합조정실 간뇌를 자극하고/중심을 잡아 주는 소뇌를 발달시킴/균형력 높아질수록 삶의 뿌리 튼튼해져

한 발로 서는 순간 몸의 사투 시작된다/신체의 협응능력 최대한 발휘되며/뇌와 근육 상호작용이 최고조로 향상 됨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한 발 서기/몸 건강 바로미터인 균형감각 최전선/속내를 들여다보면 무궁무진몸 철학도

눈뜨고 눈감은 채 이 동작 실천하세/근육도 단련하면 튼실하게 변화되듯/이 자세 꾸준히 수련 뇌 건강도 챙기세

생활 속의 요가수행 주위가 다 아쉬람/양치질 부엌일이며 버스 전철 기다릴 때/자투리 시간일랑을 소중하게 활용하소

건강검진 과정에도 한 발 서는 능력 체크/그만큼 이 자세가 건강의 바로미터/소홀히 생각 마시고 끈기 있게 수행하길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요가의 향기로 세상을 보다>(도서출판 흐름, 2024.3) 저자. gi7171gi@naver.com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108. 뇌 건강과 하체 근육 강화를 돕는 '한 발 서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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