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미물로부터 인간사 지혜를 배우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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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 이나가키 히데히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표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표지.

잎이 넓은 식물에겐 잎을 갉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천적이다. 어떤 식물은 자신의 잎 속에 독(毒)을 만들어 저항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벌레는 독을 견디는 형태로 진화한다. 쇠무릎이라는 식물은 독 대신 되레 애벌레의 성장을 촉진하는 성분을 잎 속에 만든다. 애벌레가 이 잎을 먹으면 오히려 탈피를 반복하며 빠른 성장 과정을 거친다. 애벌레는, 탈피 과정에서는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잎을 많이 축내지 않고 어느새 어른벌레가 되어 날아간다.

여기까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남들보다 빨리 성충이 된 애벌레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까닭에 몸집이 작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 알을 제대로 낳지도 못하게 된다. 이 정도면 쇠무릎이 무서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는 생존과 성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하고도 기상천외한 생물 이야기를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읽는 재미는 보장한다. 곤충이니 식물이니 여러 생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와 닮았다. 생물을 관찰하며 인간 삶에 대한 지혜를 얻는다.

당장 위에 언급된 쇠무릎의 이파리처럼 달달한 유혹에는 대체로 끔찍한 대가가 뒤따른다. 또한 올챙이 적보다 어른이 되면 오히려 몸집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패러독스 개구리의 사례에선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얻는 동시에 다른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개구리는 앞다리와 뒷다리를 얻지만 올챙이 때 가지고 있던 꼬리를 잃는다.

저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란다. 다른 저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도 덩달아 궁금해진다. 대체로 ‘○가지’라는 문구의 꾐에 약한 것 같다. 전작은 이미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이 또한 읽어봐야겠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219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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