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1억 코인’ 어디까지 달리나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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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승인 투자자금 몰려 비트코인 불장
가상자산 인식 전환 대세 상승장 시작
호재 가격에 선반영 급변동에 대비해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개발해 세상에 공개했던 2009년 1월에만 해도 가격은 0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사이버머니 같은 데 왜 돈을 써야 하는지도 몰랐고 코인의 가치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한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 1만 개를 건네고 두 판에 30달러인 파파존스 피자를 구매한 게 최초의 거래였다. 1비트코인이 0.003달러였던 것이다. 그런 비트코인이 최근 ‘꿈의 가격’으로 불리는 1억 원을 돌파했다. 14년 전 단돈 30달러만 투자했으면 지금 1조 원의 자산가가 돼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자금이 몰리며 최근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하는 등 불장이 연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자금이 몰리며 최근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하는 등 불장이 연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

∎‘꿈의 가격’ 1억 원 돌파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 국내 거래소에서 사상 처음 1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급등세를 이어 오다 지난달 28일 전고점이던 8270만 원(2021년 11월 9일)을 돌파한 데 이어 ‘꿈의 가격’으로 불리는 1억 원을 뚫고 올라선 것이다. 두 달 남짓한 기간 70% 이상 급등했다. 세계 자산시장에서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1조 4200만 달러 수준으로 은(銀)을 넘어섰고 금(金),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사우디 아람코, 아마존, 구글에 이어 8위에 올랐다.

비트코인 불장 덕분에 전 세계에서 매일 1500명가량의 ‘백만장자’(100만 달러, 13억 원 이상의 자산가)가 탄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한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으로 15억 원을 번 공무원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러 간다’는 글을 올려 진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7년 한 방송에서 비트코인을 2000년대 초 유행하던 아케이드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며 도박이고 사기라고 했던 발언까지 소환되고 있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비트코인은 생산적이지도 않고 내재가치도 전혀 없다”고 한 발언도 다시 화제다. 최근의 비트코인 광풍을 두고 ‘포모(FOMO) 증후군’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포모 증후군이란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로 투자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매수하지 않은 종목의 급등으로 수익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던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 가던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 현물 ETF 승인 제도권 진입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을 이끈 것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10일(현지시간) 블랙록,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등 11곳의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비트코인이 ETF로 거래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ETF 거래가 시작되면서 이들 자산운용사 계좌로 개인 투자자금이 몰렸다. 이들 투자자금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가상자산 시장의 큰손을 뜻하는 ‘고래’들도 시세 차익을 노리고 동반 매입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SEC의 ETF 승인이 수급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음지에 내몰리던 비트코인이 당당히 양지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의 벽이 무너지고 제도권 안에서 함께 경쟁하고 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한다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 인식 변화를 유도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가상자산 시장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에 이어 또 다른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절차도 시작됐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도 가상자산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거래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하는 등 각국에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10일(현지시간) 블랙독과 피델리티 등 11곳의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로이터연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10일(현지시간) 블랙독과 피델리티 등 11곳의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로이터연합

∎반감기 전후로 요동친 가격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제도권 화폐의 인플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해 애초 발행량을 2100만 개로 한정했다. 그중 이미 1950만 개 정도가 채굴됐다. 채굴에 따른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 개수는 4년마다 반으로 줄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를 반감기라 한다. 올해 4월이면 4번째 반감기가 돌아오는데 현재 6.25개인 채굴 보상이 3.125개로 줄어든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공급량이 반으로 준 2013년, 2017년, 2020년 반감기를 기점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2013년 첫 반감기를 지나고 1년도 되지 않은 그해 말 비트코인 가격은 1240달러로 41배나 뛰었다. 2017년 초 1150달러이던 가격은 반감기를 거치며 1만 9000달러까지 치솟았다. 2020년 3차 반감기 후 6만 5000달러까지 치솟던 가격은 중국의 채굴 금지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정책 철회 등 악재로 조정을 받는가 싶더니 2021년 11월 6만 8990달러로 역대 신고가를 경신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비트코인은 15년 역사 동안 가격이 폭락하는 두 번의 ‘크립토 윈터’를 겪었다.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12월에는 3400달러로 하락했다. 고점 대비 80% 이상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후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NFT(대체불가토큰) 등이 도입되고 블록체인 산업생태계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서 2023년 11월 다시 역사적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2년 5월 루나 사태와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글로벌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며 두 번째 그립토 윈터를 겪었고 2023년 1월 1만 6000달러까지 폭락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던 2018년 초 미국 컬럼비아 분지의 비트코인 채굴 컨테이너 모습. 연합뉴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던 2018년 초 미국 컬럼비아 분지의 비트코인 채굴 컨테이너 모습. 연합뉴스

∎‘2억 간다’ vs ‘거품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비트코인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8만~10만 달러에 도달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사적으로도 반감기 이후 1년가량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와 미국 번스타인 등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연내 15만 달러(약 2억 원)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20억 달러 돌파 등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금 ETF 등장 후 가격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한 것처럼 향후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락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 가상화폐 긍정론자인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은 “비트코인은 금의 모든 훌륭한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금이 지닌 결함은 갖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디지털 금이 돼 뿌리 깊은 투자자산인 금을 대체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역사적 가격 변동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장난이나 재미 기반의 ‘밈코인’이나 인공지능(AI) 코인 급등은 투기적 시장 신호라는 분석이다. JP모건 체이스는 비트코인이 4월 이후에는 4만 2000달러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감기 이후 상승장을 이어 가던 이전 흐름과 달리 이번 강세장은 ETF 승인, 반감기, 금리 인하 등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앞길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의 비트코인 역사적 고점 돌파가 ‘크립토 스프링’의 시작인지 이미 ‘크립토 섬머’를 지나고 ‘크립토 윈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지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비트코인의 향후 시장 전망과는 별개로 최근 가상자산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도화 움직임은 블록체인 특구 확대와 디지털자산거래소 출범 등 블록체인 산업생태계 조성을 미래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에는 긍정적 분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강윤경 논설위원 강윤경 논설위원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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