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광주 '달빛철도'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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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열 전 (주)해피락 대표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지난 1월 25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총구간은 198.8㎞이며 사업비는 4조 5000여억 원에 달한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대구~광주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고 2030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되면 500만 호남 여객과 물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초 시정 인터뷰에서 ‘광주~대구 달빛철도’를 연계해 영·호남 중부권을 아우르고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남부권 중심의 국제공항을 신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 시민으로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02년 중국 국제항공이 김해공항 돗대산에 부딪혀 1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김해공항의 지형적 안전성 확보와 승객 수요 팽창에 따라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했다. 마침 인접한 곳에 세계 5대항 중의 하나인 부산 신항만도 개항했다. 부산 신항만과 연계해 영·호남권 물류와 승객 이동 수요를 충족하는 남부권 중심 국제 신공항이라는 큰 꿈을 안고 시작한 것이 지금 가덕신공항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밀양은 산지로 형성돼 공항이 들어서기에 최악의 지형이었고 가덕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24시간 소음에도 지장이 없는 최적의 위치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지역 이기주의 표심에 편성한 편 가르기로 인해 극단의 갈등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원천 무효라는 이상한 결정을 선언해 부산 민심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갈등이 심화됐다. 외국인 조사기관의 보고서를 핑계로 대구시는 K2 공군기지를 민항과 함께 의성 쪽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락했다.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공항을 유치할 길을 열어 주었고 이는 지금 TK공항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부산시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에선 부산 엑스포 유치 공감대 형성과 시민 열망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021년 3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때, 대구시는 인천상륙작전하듯 TK공항을 추진했다. 달빛철도마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한 상태에서 TK공항 개항을 2029년 이전으로 서두르고 있다. 부산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 12월이라 먼저 개항해 화주들과 물류회사 유치를 선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덕신공항은 바다를 메우고 다지는 토목공사라 공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달빛철도가 부산지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홍 대구시장은 달빛철도와 TK공항 착공으로 임기 내 사업은 이것으로 모두 끝났다고 한다. 서울, 평양, 대구가 중심이었던 조선 시대의 영화를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 본인이 대구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철도와 공항을 연결할 때, 그곳에 인력과 동산이 모이고 이로 인해 제3의 역사가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산업 인프라를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도 일어나고 지역 양극화 해소 정책에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부산 입장에선 결코 편하지 않다. 몇 년 전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부울경 산업 클러스터들이 상호 협력해 수도권에 대적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각자도생으로 끝나 버렸다.

부산이 남부권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 주도권이 대구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 기우일까. 한번 고착화된 국가기간산업 시스템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부산도 ‘달빛산(부산산)’ 철도를 통해 남부권의 상생과 대의를 내세우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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