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속도’… 교수 사직 ‘속도 조절’
정부, 15일부터 정원 증원 배분
지역 의료 살리기에 초점 맞춰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도 추진
전국 의대교수들 온라인 회의
경상국립대 의대 89% 사직 찬성
부산대 의대 교수 자성 목소리도
지난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 앞에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이 개강 연기로 텅 비어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가 15일부터 전국 40개 의대에 정원 증원분 2000명 배분을 시작한다. 지역 의료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지역 의대에 1600명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인재전형 의무 비율을 확대하고, 맞춤형 지역 수가, 계약형 필수의사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의지를 재강조했지만, 전국 의대 교수들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 등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목표
14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 중 지역 의대에 1600명, 수도권 의대에 400명을 배분한다. 이는 무너져 가는 지역 의료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풀이다. 특히, 동아대처럼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 정원 확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정부는 중병이 걸렸을 때 모두가 수도권 ‘빅 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에 몰리는 부작용을 막고, 국민이 각자 사는 지역에서 최적의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의 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의 수준을 수도권 ‘빅 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역 종합병원도 육성한다. 현재 의대별로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지역 인재를 40%까지 뽑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율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 의대 증원분 1600명 중 다수가 지역에 연고가 있는 지역 인재로 채워진다. 이들이 졸업하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 대학이 함께 지역 의료 인력을 육성하고, 지역 의대 출신 의사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유인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역 근무를 강제하기보다 지역 거점병원에 좋은 전문의 일자리를 늘려 자발적인 선택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또 분만 분야에 지역 수가 55만 원을 추가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향후 ‘맞춤형 지역 수가’를 확대해 지역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일본은 소비세 증가분을 주요 재원으로 1조 6000억 원의 지역의료기금을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완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의학교육 근조 리본. 김종진 기자
■부울경 의대 교수 집단사직 ‘온도차’
정부의 의료 개혁 드라이브에도 전국 의대 교수들은 또다시 집단행동 방식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8시 전공위 미복귀 사태 대응 등을 논의하는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교수들의 집단행동 여부에 대한 논의가 주요 사안이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울경 지역에서는 일부 의대에서 교수 사직이 가시화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의대 교수회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전날 교수진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 여부 투표를 진행했다. 교수진 전체 260여 명 중 217명이 투표해 약 89%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비대위는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최종 의결하고 제출 시점에 대한 투표를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의대 측은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하더라도 의료공백으로 인한 혼란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대 의대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게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학교를 그만둔다는 개념”이라며 “학교 행정 업무 외 수술이나 진료, 문진 등 병원 업무는 차질 없이 계속 담당한다”고 전했다.
부산대 의대의 경우 전의교협 온라인 회의에 참여해 대응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대 의대 교수회에서는 일부 자성 목소리도 나왔다. 무조건적 사직 의사를 밝히며 엄포를 놓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모으자는 쪽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은 “교수회 내부에서는 교수들이 무조건 사직만 얘기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교수회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 방안을 제시하던지,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병원마다 ‘대국민 사과 릴레이’를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13일 의대 교수협의회 집행부 회의를 열고 ‘전국 19개 의대 공동 비대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부산대 의대의 경우 전의교협과 비대위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