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왜 에어부산 분리매각인가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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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경제부 차장

에어부산의 ‘지역 지우기’를 규탄하는 보도가 연일 지면을 장식한다. 지역 사회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지역을 지운 기업은 한둘이 아닐 게다.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서울 지사’가 ‘부산 본사’를 압도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 힘으로 키워낸 향토 기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런 기업이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하려 하니 시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의 역사는 200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에어부산 창립 멤버이자 에어부산 사번 1번인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이 부산시에 시민항공사를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 기업인들이 시민항공사 만들기에 의기투합했다. 제2 도시 부산을 출발점으로 세계 하늘길을 누비는 항공사를 만들어보자는 부산의 꿈은 부산국제항공 탄생으로 현실이 됐다. 하지만 지역 기업인들이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신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만나 주주 참여를 호소하면서 운항사업이 비로소 탄력을 받았다.

출범 이듬해인 2008년 말 부산~김포 노선 첫 취항을 시작으로 10년째 김해국제공항 1위를 지킨 에어부산은 시민들과 늘 함께 했다. 지역민들도 에어부산 항공권 구입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에어부산의 지난해 국제선 여객 수는 363만 7586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치를 앞지르면서 회복률 100%를 넘어섰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천을 거점으로 한 와중에 지역을 지키면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 깊다.

지역 상공계를 비롯한 부산 시민사회는 에어부산이 가덕도신공항 거점 항공사의 적임자라고 여겼다.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가덕도신공항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지역에 뿌리내린 항공사가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으로 위기에 몰린 에어부산을 살리기 위해 ‘분리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지역성과 역사성, 성장 가능성을 두루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치기 바쁘다, 아니 쪼그라들고 있다.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직원을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고 5년째 임금이 동결되면서 한때 1500명에 육박하던 직원들은 1200명으로 줄어들었다. 모기업의 기업 결합으로 가지고 있던 슬롯(특정시간대 공항 이착륙 권리)들도 내놔야 할 우려가 크다. 신규 노선 확보도 불투명하다.

이 상황에서 에어부산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이 전격 해체됐다. 지역 소통 창구의 부재는 분리매각을 촉구하는 지역 요구를 무시하겠다는 처사다. 이 같은 지역에 대한 몰이해는 정부, 산은, 모기업, 정치권 등 에어부산을 둘러싼 조직 전반에 걸친 수도권 중심주의에 기인한다. 항공산업 역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항공산업을 크게 키우겠다”고 발언한 이후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이 세계 7위 부산항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항공 물류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가뿐히 무시된다.

지역에도 삶이 있다. 지역 경제도 이웃 국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지역 공항은 지역 생존과도 직결된다. 독립된 거점 항공사는 가덕도신공항을 살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외치는 본질적인 이유다. 지역민의 외침을 도외시한 말잔치용 국가균형발전 공략으로는 지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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