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방한한 일본 시민단체 “침략 전쟁 반성합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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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모어 왜란 집회 실행위원회'
25일 통영 한산도 29번째 집회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충무사를 참배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충무사를 참배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역사는 잊어서도, 숨겨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25일 오후 1시 30분 경남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사적 제113호) 내 충무사 앞. 종이품 통제사 관복 차림의 이순신 장군 영정을 향해 30여 명이 무리 지어 섰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열세 살 앳된 학생부터 아흔 한 살의 백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경건한 분위기 속 인솔자의 ‘묵도’ 구령에 다 같이 고개를 숙인다. 일행은 한국과 일본 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공존공영의 메시지를 전파하려 구성된 일본시민단체 ‘노 모어 왜란(NO MORE 倭亂) 집회 실행위원회’ 참가자들이다.

실행위는 일본 인권운동 대부로 불리는 재일 대한기독교 고쿠라교회 고 최창화 목사 제창으로 1992년 결성됐다. 최 목사는 생전 “일본이 임진왜란 후 조선 침략을 진정으로 반성했더라면, 근대 일본의 침략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김민진 기자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김민진 기자

이를 토대로 일본 근대사 연구가, 시민단체 대표, 종교인, 교사, 인권운동가, 학생 등이 모여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 거점을 축조한 나고야 성터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이어 매년 정기 집회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가 몰고 온 참상을 자국민들에게 전파했다.

2000년 9회 집회 때부턴 한국 내 임진왜란‧정유재란 유적지를 답사하고 한일시민 공동집회를 열어 과거 일본이 자행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19년 거제 칠천량해전공원 방문 이후 지난해까지 잠정 중단해야 했다.

이후 꼬박 5년 만인 올해 재개됐다. 29번째 집회가 열릴 방문지는 통영 한산도로 정했다. 한산도는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로 제수된 이순신 장군이 경상·전라·충청도를 아우르는 전략적 요충지로 점찍고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 본영을 꾸린 곳이다.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평가받는 한산대첩 현장에서 다시금 양국 화해와 평화를 생각하자는 의도였다.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김민진 기자 일본시민단체 ‘NO MORE 倭亂(왜란) 집회 실행위원회’는 25일 통영시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서 29번째 집회를 열었다. 김민진 기자

집회는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충무사 참배 후 임진왜란 희생 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분향, 기조 보고, 한국‧일본민요 합창, 재두루미중창단 아리랑 공연 등으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최창화 목사의 유지를 잇고 있는 주문홍 목사는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인 이웃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순수한 시민운동”이라며 “우리가 일본 시민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근대화에 교묘하게 주입된 잘못된 인식을 극복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지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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