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첩첩산중 거제소방서 이전…대체지마저 막히자 내놓은 고육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행정타운 대신 ‘옥포조각공원’ 낙점
한화오션 노조 반발에 다시 제동
행정부서만 분리해 임시 청사 이전
내근직 50여 명 대상, 과밀 해소

옥포동 고갯마루에 있는 거제소방서. 1990년 건립된 노후 청사로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부산일보DB 옥포동 고갯마루에 있는 거제소방서. 1990년 건립된 노후 청사로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소방서 이전이 산 넘어 산이다. 하세월인 행정타운 입주를 포기하고 겨우 대체지를 찾았는데(부산일보 2023년 11월 16일 자 12면 보도 등), 이번엔 노동계에 발목을 잡혔다. 신축 이전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행정부서만 임시 청사로 분리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15일 거제소방서에 따른 소방서는 최근 ‘소방력 재배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인구·소방대상물·재난발생 추이 등을 토대로 소방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특히 노후 청사 내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새 청사가 마련될 때까지 본서 내 행정부서를 이전할 후보지 선정과 추진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

임시 청사 이전 대상은 소방행정과, 예방안전과, 현장대응단 소속으로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내근직 50여 명이다. 본서에는 현장 대원 30여 명만 남는다. 이를 통해 낡고 비좁은 본서 과밀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관건은 옮겨갈 장소와 이에 필요한 예산이다. 출동 수요가 없어 입지에 따른 선택의 폭은 넓지만, 민원 응대를 위한 최소한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임대료 등 계약조건까지 적정선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전수진 서장은 “언제 될지 모르는 신축 이전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행정 요원만이라도 분리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지금 후보지를 압축하고 있다. 예산 편성 상황을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포동 고갯마루에 있는 현 소방서는 1990년 건립된 노후 청사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최초 82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가 현재 320명으로 늘고 장비도 대폭 보강돼 기존 시설로는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훈련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던 중 거제시가 경찰과 소방을 중심으로 한 행정타운을 제안하자 입주를 결정했다. 하지만 행정타운 부지 공사는 난해한 사업방식과 민간사업자 부실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소방서는 뒤늦게 대체지를 물색한 끝에 ‘옥포조각공원’을 낙점했다.

이 공원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옥포국가산업단지 내 여유 부지 중 일부다. 본래 한화오션 소유였다가 2021년 거제시에 지방세 대신 물납하면서 시유지가 됐다. 산단 지원시설용지 4만 9805㎡에 녹지 850㎡ 등 총 5만 655㎡다. 현재 임시 주차장과 간이 체육시설로 활용 중이다.

소방청사 신축에 필요한 면적은 1만 7000㎡ 남짓이다. 추정 사업비는 300억 원 내외. 소방서는 내년 도 예산으로 설계비를 확보해 이듬해 밑그림을 완성하고, 2026년 첫 삽을 뜨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내 개청도 가능하다. 기존 청사와도 인접해 관공서 이탈에 따른 공동화를 우려했던 지역사회도 반색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서민 복지를 침해하는 일방적인 거제소방서 신축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노동자 등 2000여 명이 연대한 반대 서명지를 거제시에 전달했다. 부산일보DB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서민 복지를 침해하는 일방적인 거제소방서 신축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노동자 등 2000여 명이 연대한 반대 서명지를 거제시에 전달했다. 부산일보DB

그런데 이번엔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현 한화오션 노조)는 “수십 년 동안 노동자와 가족 그리고 서민이 함께 행사 때마다 이용했던 상징적인 노동자의 공간”이라며 “당사자 의견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노동자 등 2000여 명이 연대한 반대 서명지를 거제시 관계 부서에 전달했다.

난감해진 거제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옥포조각공원이 국가산단에 포함돼 공공시설 활용을 위해선 한화오션이 경남도에 국가산단 제척 요청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거제시는 “애초 공원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물납 받은 땅”이라며 “시에서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