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자 수장 교체기… 문현금융단지 ‘낙하산’ 주의보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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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전 공공기관 7곳 중 4곳
올해 안에 임용 절차 진행 예정
‘전 정권’ 기관장 전원 물갈이설
관피아 등 투입 땐 반발 거셀 듯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공공기관 7곳 중 4곳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총선 이후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 우려 속에 해당 기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공공기관 7곳 중 4곳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총선 이후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 우려 속에 해당 기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총선이 끝나고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 단지 주요 기관 7곳 중 4곳의 수장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총선 낙선자의 ‘낙하산 인사’ 우려 속에 각 조직마다 현 수장 거취와 차기 수장 하마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 모두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현금융단지 내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 남부발전,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곳 기관장의 임기가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연달아 종료된다. 주택금융공사 최준우 사장은 지난 2월 4일 3년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자 모집 공고 없이 2개월째 임기를 연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공모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 임원은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임추위를 구성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역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의 전현직 경제 관료 출신이 주로 임명됐다. 최 사장은 금융위 출신이다.

남부발전 이승우 사장도 오는 25일 임기가 만료된다. 남부발전 역시 현재 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지난 2월 구성했다. 하지만 실제 사장 공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도 각각 올해 11월, 내년 1월 현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지난 2월 이사장이 바뀐 한국거래소, 지난해 기관장이 취임한 예탁결제원,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기가 올해와 내년 사이 끝난다.


이들 기관 기관장 인사에 조직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데는 총선이 자리한다. 역대 정권마다 총선 이후 공기업 기관장 인사는 관례적으로 보은성 인사 목적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2022년 기준 1억 8500만 원대로, 장관급 연봉 1억 3000만 원대를 훌쩍 뛰어 넘는다. 장관급 인사와 달리 별도의 청문회 절차도 없고 외부의 관심도도 중앙 부처 등에 비해 높은 점도 여러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주택금융공사와 남부발전의 경우 인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총선 전부터 정치인 출신 인사 임명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최준우 현 사장, 전임 이정환 사장 모두 경제 관료 출신이었다. 남부발전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은 최근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을 선임했다. ‘에너지 공기업에 정치인 기용은 어렵다’는 관례도 무너진 상태다.

임기 종료를 앞둔 인사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도 교체 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한다. 기술보증기금 김종호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을 지냈고 권남주 사장은 내부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임명되면서 당시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현금융단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공공기관·공기업 공석이 대거 발생하면서 임기 종료와 관계 없이 본격적인 기관장 인사는 올 하반기는 돼야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총선 결과 여당이 참패한 만큼 정부 차원의 부처 개각도 부처 산하 공기업 인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올라온 공공기관 327곳을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은 66곳이다. 이 중 32곳은 공석(직무대행 포함)이었고, 34곳은 후임이 없어 기존 기관장이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은 89곳이다.

문현금융단지 기관장 인사에 정치권 인사, 관피아 인사 등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경우 기관 내부, 지역 사회의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한 전례도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예탁결제원 이순호 사장은 증권 업무와는 거리가 먼 경력으로 노조로부터 출근 저지를 당했고 지역 사회에서 임명 과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현금융단지 내 공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매번 낙하산 인사 이뤄지면서 조직 내부적으로는 기관장이 낙하산이냐 아니냐보다는 조직의 영향력 차원에서 차라리 힘 있는 기관장이 우리 기관에 왔으면 하는 분위기까지 있는 상황이다”며 “기관장 교체기가 길어지면 기관의 업무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이 적절한 시기에 임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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