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물가 상승률 OECD 3위 "사 먹기가 무섭네"
2월 식료품·비주류음료 6.95%
OECD 평균 5.32%보다 높아
지난달 사과 값 88% 치솟아
하반기 물가 전망도 회의론 커져
식료품·음료 등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를 기록했다. 과일·채소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된 영향이다.
21일 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상회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가 OECD 평균을 웃돈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11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 상승세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파른 추세다.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통계가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에서 튀르키예(71.12%)와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튀르키예가 극심한 경제 불안으로 70% 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특수한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제 체제가 작동 중인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가파른 상승세이다.
전 세계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급상승했다. 러시아는 밀과 천연가스, 우크라이나는 세계 3∼5위권 밀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심각한 가뭄 피해로 이어져 먹거리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양국의 전쟁으로 2021년까지 5% 수준을 밑돌던 OECD 회원국의 평균 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6.1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식품 물가도 5∼7%를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하지만 OECD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10%를 밑돌았고,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수준인 5%대로 하락하는 등 점차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3.81%로 바닥을 찍은 뒤 같은 해 10월 이후 다시 5~7%대로 뛰었다. 지난 2월에는 OECD를 평균을 웃돌았다.
국내 먹거리 물가가 치솟은 배경은 사과·배 등 과일류의 상승 영향이다. 지난달 사과 물가는 88.2%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정부의 하반기 물가 안정 전망에도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 이후 불안한 국제유가도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400원까지 올랐던 고환율도 수입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려 최근 줄줄이 오름세인 버거, 초콜릿, 과자 등 가공식품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의 고유가·강달러 현상은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라며 “국제유가 불안,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2022년에 이은 2차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 물가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올해 상승률이 2.6%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안 요인이 많이 있고 여러 상황은 더욱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하반기 물가는 하향 안정화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