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홈런 1개 교타자의 ‘하루 3홈런’…롯데 황성빈 “지나간 경기 취하지 않겠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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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날 속이나’ 안 믿길 정도
야구 했던 동생, 많이 축하해줘
팬들 응원, 실력으로 보답할 것
23일 한현희·노진혁 1군 등록
SSG전 3-2 앞서다 우천 취소
전준우·김민성 홈런 기록 삭제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23일 SSG와 홈 경기를 앞두고 사직야구장 덕아웃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23일 SSG와 홈 경기를 앞두고 사직야구장 덕아웃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통산 홈런 1개에 불과한 교타자가 하루에 홈런 3개를 몰아쳤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 그는 지난 21일 KT 위즈와 더블헤더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기존 ‘황보르기니’에 더해 ‘마황’(마성의 황성빈), ‘황대포’ 등 새 별칭을 얻었다.

지난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황성빈은 들뜨지 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합이 끝난 뒤 퇴근하면서 ‘지금 세상이 날 속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경기를 돌아보며 “야구를 시작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다. 이젠 잊으려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황성빈의 활약 덕분에 더블헤더에서 무승부(9-9)와 승리(7-5)를 거두며 최근 3연승을 달렸다. 황성빈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시즌 1·2호 솔로포, 2차전에서는 투런 아치(시즌 3호)를 그렸다. 두 경기에서 7안타 3홈런 7타점을 몰아치며 타율도 1할대에서 0.345로 수직 상승했다.

황성빈은 이날 3개 홈런 중에서 세 번째 홈런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 그는 “3개 다 기분은 좋았는데, 굳이 꼽자면 이긴 경기에서 친 홈런이 조금 더 기분이 좋다”며 팀 승리를 먼저 생각했다. 이어 “지나간 경기니까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저희 팀 분위기가 조금 올라온 만큼 좋은 기운이 오래 갈 수 있도록 제가 역할을 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황성빈은 홈런을 칠 때마다 전력으로 베이스를 돌아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그냥 빨리 뛰었다. 다음 홈런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빠르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빈의 활약에 온가족이 기뻐했지만, 특히 동생 규빈 씨가 ‘진짜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남겼다. 황성빈은 “원래 규빈이가 칭찬을 안 해주는데 많이 좋아했다. 아무래도 야구를 했던 동생이어서 ‘스윙이 많이 좋아졌다’며 축하를 해줬다”며 “사실 동생이 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힘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황성빈은 최근 타격이 살아난 비결에 대해 임훈 타격코치의 조언을 강조했다. 황성빈은 “일단 감독님께서 배트 잡는 방법을 바꿔주신 게 첫 번째였다. 그 다음에 임훈 코치님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제가 갖고 있던 틀을 바꿔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황성빈은 올 시즌 주자나 타석에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일부 야구팬들로부터 ‘비호감’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김태형 감독은 “백업 선수들에게는 한 타석 한 타석이 정말 간절하다”고 두둔하며 “(황성빈이) 캠프 때부터 노력을 많이 했는데 좋은 페이스를 계속 유지해 잡은 기회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건넸다.

이에 대해 황성빈도 “(비호감 이미지가) 신경이 안 쓰인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근데 팬분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같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힘이 됐다”며 “주변에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더 오랜 기간 잘하는 모습으로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롯데는 지난 23일 SSG 랜더스와 시즌 3차전을 앞두고 투수 한현희와 내야수 노진혁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한현희는 4이닝 2실점으로 감을 잡았고, 롯데는 전준우(통산 200호)와 김민성(시즌 2호)의 홈런포를 앞세워 3-2 역전에 성공했지만 경기가 5회초 우천 취소되며 관련 기록도 삭제됐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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