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국민이 못 사는 혁명, 안 한 것만 못하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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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총비서 응우옌푸쫑 / 조철현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60만 명이다.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28%가 한국인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이 가까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응우옌푸쫑이란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는 2011년 공산당 총비서에 선출, 2018년부터 국가주석까지 겸직하고 있다. 호찌민 이후 처음으로 최고의 요직을 겸직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어쩌면 가깝다고 생각만 하는 베트남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베트남 총비서 응우옌푸쫑>은 전 세계 어디서도 출간된 바 없는 응우옌푸쫑 베트남공산당 총비서(80)의 생애사를 다룬 최초의 책이다. 한국 작가가 써서, 한국의 출판사가 출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집필 초기에 주한 베트남 대사가 “총비서는 매우 겸손한 분이라 책을 내는 것과 관련해 인터뷰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귀띔한 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문학가 겸 다큐멘터리 PD인 저자의 노력에 힘입어 두꺼운 책이 완성됐다. 저자는 총비서의 소련 유학 시절 박사논문과 대학 졸업논문까지 꼼꼼히 찾아 반영했다. 대학 동기들과 기자 시절 동료들이 증언한 여러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베트남공산당 기관지 <공산잡지> 기자로 들어가 30년가량 ‘펜의 복무’를 했다는 부분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거기서 어떤 기사를 썼는지도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하노이시 당비서, 국회의장을 거쳐 베트남 국가권력 서열 1위에 오르는 과정이 다큐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혁명을 하고도 국민들이 못 산다면, 혁명을 안 한 것만 못하다.” 그는 호찌민 주석이 남긴 이 유훈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산다. 조철현 지음/라운더바우트/420쪽/2만 5000원.


<베트남 총비서 응우옌푸쫑> 표지. <베트남 총비서 응우옌푸쫑>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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