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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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자 한국부인회 부산시지부 회장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이후 건강보험 지출 부담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건강보험 지출을 관리하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노인 진료비 지출 증가로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전환되고, 2031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돼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불확실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의 건강보험 지원을 늘리고,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 강화, 요양기관 본인확인 절차 강화 등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의료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인 건보 먹튀’ ‘의료쇼핑’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불법 사무장병원’ 문제이다. 사망자 주민등록번호로 불법 의료생협을 허위로 설립하거나 통원환자에게 가짜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100억 원대의 보험금을 챙긴 사무장 병원 관련 뉴스에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이 불법행위를 일삼는 의료기관에 새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니 매우 허탈하다.

불법개설기관인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고용하여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뜻한다. 사무장병원은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탓에 과잉진료, 과밀병상 등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발생시키는 주범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건보 재정을 해치는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공단은 2014년부터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업무를 시작하였으며, 대상기관 발췌, 분석, 수사의뢰 등 사실상 전반적인 단속 업무를 수행했고 10년간 1447개소(2023년 12월 기준)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공단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불법개설이 의심되더라도 계좌 추적, 참고인 조사 등 자금흐름에 대한 추적이 불가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해마다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부당진료비 환수 결정액이 꾸준히 늘어나 무려 3조 4000여억 원에 달하지만 실제 징수액은 2300여억 원에 그쳐 징수율이 고작 6.9%에 불과하다. 공단에 수사권이 없고 조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환수 결정 이전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 후 잠적하여 증거불충분으로 내사종결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수결정된 대상자 중의 70%가 이미 사해행위로 환수가 불가능한 무재산자이다. 해마다 미징수 금액은 쌓이지만 적발해도 이미 지급한 의료비를 환수하지 못하여 재정 누수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공단은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불법개설기관 조사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는 2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빅 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시스템(BMS)’을 구축해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고 있다. 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돼 직접 수사할 경우 신속한 수사 착수로 조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부당 청구된 요양급여비용을 신속하게 환수해 연간 약 2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재정 누수 차단이 가능하다.

불법개설기관의 진입을 조기에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또 운영하고 있는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할 수 있는 최적화된 주체는 건강보험공단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년부터 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을 위한 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법사위에서 4년 째 계류 중이다.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 임기 안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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