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부차적 문제, 필수의료 위기가 응급 상황”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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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
사명감만으로 지탱하기엔 한계
의대 졸업생 체감할 파격 지원을
의료진 번아웃에 임계점 넘어서
서로 양보해 최악 상황은 막아야

부산대학교병원 정성운 원장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대학교병원 정성운 원장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찬 기자 chan@

“필수의료 위기는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필수의료에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해 당장 내년부터 의대 졸업생들이 필수진료과를 지원할 만큼의 체감된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은 2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고한 정부의 지원책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 문제”라며 “의대 정원 증원만이 의료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만능 열쇠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사실상 2차적인 문제’라고 평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필수의료의 위기다.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최소 6년 이상 지나야 의사가 배출되고, 의사 수가 늘어도 확고한 필수의료 유인책이 없다면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피부·미용 분야에 비해 필수진료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입도 적고 힘들고 워라밸도 좋지 않은데, 선의의 실수를 저지르게 돼 자칫 소송이라도 당하면 형사 처벌이나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필수진료를 해결하라고 등 떠밀 수 있나”고 반문했다.

정 원장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할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수가 조정 현실화가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사람 생명이 치료받는 것보다 반려동물 치료비가 더 비싼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분야는 여태까지 의사들의 사명감, 보람, 소명의식으로 지탱돼 왔다. 그러나 시대정신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 필수진료과와 그 외 분야 간의 보상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수가도 가치 기반으로 전격적으로 바뀌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이 2달 이상 지속되면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데드라인’이 임박해오는 것에 우려를 보였다. 정 원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태가 해소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임계점을 넘어서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의료진의 번아웃 문제가 심화되고 진료 시스템은 더욱 악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걷고 있다. 환자와 병원 직원들은 물론 부산 시민들도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밝힌 의료개혁이 의대 정원 증원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며 수도권·비수도권의 의료 격차 해소,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논의가 사라졌다”며 “의료계에서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디테일이 빠져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정부의 정책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현재 의사 집단에서 주장하는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의정 간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서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양쪽을 균형 있게 고려해 증원 규모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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