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해시, ‘탄소중립 홍보체험관’ 입찰 특혜 의혹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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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제안서 평가위 구성 위해
행안부 예규 벗어난 방식 도입
업체 명단 제출 위원 80% 선정
경남도 ‘수사 의뢰 통보’도 미이행

김해시가 조성 중인 탄소중립 홍보체험관. 김해시가 조성 중인 탄소중립 홍보체험관.

경남 김해시가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할 민간업체를 선정하면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인다. 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라는 경남도 인사위원회 통보에도 이를 즉각 이행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해시는 지난해 5월 입찰을 통해 ‘탄소중립 홍보체험관’을 설계·시공할 업체 2곳을 선정했다. 기존 낙후된 기후변화 홍보체험관을 부곡동으로 이전하고 새로 전시·체험 시설을 만드는 사업으로, 국·시비 25억 원이 투입돼 오는 9월 준공을 앞둔 상태다.

문제는 입찰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면서 불거졌다. 공공기관은 대개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평가위원회 구성 시 3배수 이상 예비 명부를 작성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담당자가 미리 정한 심사위원 수만큼 입찰업체가 추첨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런데 시는 예규가 정한 방식과 달리, 업체가 위원을 직접 적어 내는 방식을 택했다. 시는 280여 명의 예비 명부를 작성해 번호를 붙이고, 참여업체 8곳을 대상으로 업체 1곳당 20개의 번호를 써 내게 해 최종 평가위원 7명을 가려냈다. 특이한 점은 최종 선정된 2개 업체가 제출한 심사위원 번호의 80%가 일치했고, 이 중 5명이 평가위원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담당 과장 A 씨는 “판단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도 다양한 추첨법 중 하나다. 임의로 3배수 압축하는 것보다 더 공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선정된 두 업체가 상당 부분 같은 번호를 적어 낸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진행된 사업 입찰이 뒤늦게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A 씨가 다른 입찰 사업과 관련, 최근 감사원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입찰 업무에 능통한 시청 안팎 사람들도 이 같은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관계자는 “선정된 업체 두 곳이 낸 번호가 거의 같았고, 심사위원 대부분이 이들이 선택한 사람”이라며 “예비 위원들 고유번호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았다면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남다른 방식을 선택한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김해시는 감사에 착수했다. 사건은 경남도 인사위원회로 넘겨졌고, 도 인사위는 김해시가 경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경남도 인사과 관계자는 “지난 4일 사실관계가 불확실하므로 김해시에 경찰 수사를 의뢰하라고 도 인사위 결과를 통보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후속 조치 없이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 게시판에도 이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가 삭제되는 일이 이어졌다. 한 공무원은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면 될 일을 시가 왜 시간을 끄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글·사진=이경민 기자 min@busan.com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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