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설치자 산청 경호강 물고기 씨 말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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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 폭증 수천 마리 목격 예사
온난화·먹잇감 풍부 텃새로 정착
여러 어종 사냥 생태계 교란 우려

경남 산청군 경호강 인근인 덕천강에 서식하는 가마우지 떼. 경호강에 이어 덕천강의 가마우지가 급증하면서 민물고기 개체수를 급감시키고 있다. 경남 산청군 경호강 인근인 덕천강에 서식하는 가마우지 떼. 경호강에 이어 덕천강의 가마우지가 급증하면서 민물고기 개체수를 급감시키고 있다.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하는 경남 산청군 경호강에서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한 가마우지가 민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산청군과 지역민 등에 따르면 최근 경호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까지 어민이 하루 투망 작업을 하면 식당에서 4~5일 정도 팔 수 있는 민물고기를 잡았지만 올해는 하루 종일 작업해도 다음 날 팔 물량조차 나오질 않고 있다.

인근 덕천강과 양천강 상황도 비슷하다. 전국에서 낚시객들을 불러 모으는 은어조차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산청군이 경호강과 덕천강 일원에 방류한 은어 치어 12만여 마리도 온데간데없다. 민물고기 튀김이나 어탕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헛걸음을 하기 일쑤다.

산청군에서 민물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이태석 씨는 “예전에는 수족관이 꽉꽉 차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큰 민물고기를 제외하면 텅텅 비어 있다. 웃돈을 주고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대 하천에 물고기 씨가 마른 주된 원인은 바로 민물 가마우지 때문이다. 가마우지는 4~5년 전부터 경호강 일대에서 목격됐다. 애초 수십 마리에 불과했는데, 지난해부터 개체 수가 폭증했다. 요즘은 한 장소에 수천 마리가 날아다니거나 강 전체를 가득 메우기도 한다.

가마우지는 급격히 세력을 넓혀 최근 수만 마리로 불어났다. 한 주민은 “산책하다 강이 시커매서 뭔가 했는데 새였다. 처음엔 가마우지인 줄도 몰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많아서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마우지는 떼를 지어 다니다 물고기를 발견하면 최대 5m까지 잠수해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체 크기가 1m에 달하며, 7kg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동반경이 25km에 달하고 붕어·꺽지·피리 등 어종을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민물고기 양어장도 가마우지 피해를 호소할 정도다. 산청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태화 씨는 “봄이 되면 실내에 있는 민물고기를 실외양어장으로 옮겨 자연상태에서 키운다. 하지만 가마우지 떼가 와서 피해를 입히는 바람에 밖으로 꺼내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민물 가마우지 급증이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철새인 민물 가마우지는 겨울철 한반도로 넘어왔으나 최근 기후 온난화와 풍부한 먹잇감 탓에 국내에 텃새로 정착했다. 천적도 드물어 사실상 수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다.

산청군은 가마우지 퇴치에 미온적이다. 전국 곳곳에서 가마우지 피해가 커지자 환경부는 민물 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지난 3월 15일부터 포획이 가능해졌다. 김수한 산청군의회 부의장은 “가마우지 피해가 큰 강원도 양구군이나 평창군 등은 포획에 나섰다. 산청군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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