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말뫼 프로젝트가 어쩌다…토양 정화작업 놓고 하세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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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재인 정부 1호 뉴딜사업
추가 조사서 중금속 물질 다량 확인
LH, 1~3지역 등급 맞춰 작업 진행
환경단체 “전체 1지역 수준 정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3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용지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 대한 통영시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환경연합 제공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3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용지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 대한 통영시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환경연합 제공

“LH는 작업 과정을 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통영시는 책임 있게 관리하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3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용지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 대한 통영시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2019년 사업부지 내 토양 정밀조사 결과, 용지 전반이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 년 동안 선박을 건조, 수리하면서 발생한 환경 유해 물질 TBT(유기주석 화합물)에다 비소, 납, 카드뮴, 구리, 불소 등이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물질도 다량 검출됐다.

이를 토대로 LH와 통영시, 환경연합 등이 참여하는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가 꾸려졌고 작년 6월 도시개발구역이 지정, 고시되자 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현행 토양환경보건법은 지목에 따라 지역을 구분해 정화사업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지역은 주거‧하천, 2지역은 상업‧문화‧관광, 3지역은 도로‧공장용지다. 등급이 높을수록 정화 기준이 까다롭다.

주요 오염 물질인 구리(Cu)의 경우, 1지역에선 잔류량을 150mg/kg 이하로 낮춰야 한다. 3지역은 2000mg/kg까지 가능하다.

통영 폐조선소 부지는 1지역 9만 8842㎡(오염토양 15만 6714㎥), 2지역 6만 1215㎡(6만 5987㎥), 3지역 1만 6898㎡(1만 6196㎥)로 확인됐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인 옛 신아sb 사업장. 부산일보DB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인 옛 신아sb 사업장. 부산일보DB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옛 신아sb 부지 토양오염 조사 결과. 부산일보DB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옛 신아sb 부지 토양오염 조사 결과. 부산일보DB

LH는 이에 맞춰 정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환경연합은 부지 전체를 1지역 수준으로 정화할 것을 요구했다.

바다와 맞닿은 공유수면 매립지는 어느 한 지점을 정화하더라도 스며드는 바닷물에 섞여 중금속과 환경유해물질이 이동해 주변을 오염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LH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2~3 지역 정화 수준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 민관협의회와 재협의 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환경연합 주장이다.

연접한 바다에 대한 정밀조사와 정화작업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LH는 사업부지와 맞닿은 공유수면 2만 6123㎡를 점사용 중이다. 하지만 앞선 조사에선 제외됐다.

환경연합은 “수년간 쌓인 중금속 물질로 생명체가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나 다름없다”면서 “공유수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 거주 지역에서 오염 정화를 더 싸게 진행하려는 시도는 통영시민과 관광객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모든 부지는 1 지역 기준을 적용해 정화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은 과거 지역 경제를 이끈 원동력에서 지금은 흉물이 돼 버린 폐조선소를 관광·문화 거점으로 조성해 새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문재인 정부 1호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됐고, 이후 ‘한국판 말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말뫼는 스웨덴 남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로 주력 산업인 조선업 붕괴로 경제 기반이 무너졌지만, 1990년대 중반 도시재생으로 환경친화적인 교육·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신아sb 역시 과거 중소 조선의 부흥을 이끌며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1월 파산했다.

이 때문에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주변 지역도 극심한 침체에 허덕였다. 이에 정부는 뉴딜을 통해 옛 신아sb을 중심으로 도남·봉평동 일대 51만㎡를 재개발하기로 했다.

이후 국토부는 부처연계, LH·민간 투자를 합쳐 1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세부 계획 조율 과정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54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를 두고 어정쩡한 사업 추진에 도시재생은커녕, 또 다른 애물단지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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