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조직권, 지역 발전 성과 거두는 자리 신설에 써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 허용, 각 지자체 국장급 신설 분주
방만 우려 딛고 지역민 편익 입증해야

행정안전부의 규정 개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일선 지자체의 본청 국장급(광역 시도 3급, 기초지자체 4급) 자리 확대가 허용되면서 각 지자체가 잇따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행정안전부의 규정 개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일선 지자체의 본청 국장급(광역 시도 3급, 기초지자체 4급) 자리 확대가 허용되면서 각 지자체가 잇따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행정안전부의 규정 개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일선 지자체의 본청 국장급(광역 시도 3급, 기초지자체 4급) 자리 확대가 허용되면서 각 지자체가 잇따라 조직 개편에 나서는 모양이다. 1995년 지자체장 선출이 시작된 이래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조직권을 정부로부터 확보하게 된 것은 30년 만이다. 예전부터 지자체의 계속된 요청이 있었고 정부도 지역의 자율·유연성 확대를 위해 행정기구 증대 상한선을 정했던 관련 규정을 고친 것이다. 부산에도 이에 따라 11개 지자체가 국 단위 기구 신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방자치의 범위가 넓어진 점은 환영하지만 자칫 방만한 조직 운용의 부작용도 걱정된다.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인 부산의 기초지자체들은 각각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 하거나 의결하는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사하구의 경우 경제와 문화관광 분야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기존 경제문화국에서 문화관광교육국을 분리·신설하기로 했으며, 동구도 1개국을 신설해 기존 다른 국의 업무를 분산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공무원들은 정부의 행정기구 상한선 폐지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자체장으로선 그동안 서울 외 지역에는 막혔던 자치조직권 확대로 인사권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고 공무원들은 국장급 자리 신설로 인사 적체 해소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공무원 조직으로선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기초의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겉으로만 보면 지방자치의 내용이 진전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고위 공무원의 숫자만 느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환영 일색의 배경에는 이런 바람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벌써 일선에서는 대민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하위직의 수는 줄이고 고위직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갈수록 지역 인구는 줄어들기만 하는데 고위 공무원만 늘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가 고위직 증원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정부로부터 자치조직권을 확보한 지자체들은 자치 역량의 엄정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조직 확대로 늘어난 예산 등 추가 부담 역시 모두 지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도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요구했던 조직 운용의 자율성을 쥔 이상 이를 통한 지역 발전의 성과 창출은 물론 실패의 책임도 이제 오롯이 지자체의 몫이 됐다. 자리 신설 이전에 먼저 업무 분석으로 효율성을 점검해야 하고 여론 수렴도 빠뜨려선 안 된다. 오직 행정기구 증대로 얻을 수 있는 주민 편익만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자체장의 인사권 욕심이나 조직 내부 갈등 요소가 된다면 지방자치 역량만 의심받게 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