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 개혁, 22대 국회로 미룰 만큼 한가한 사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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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여당 안 수용 21대 처리 강공
여야 의견 가까워진 시점 대통령 결단해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 개혁안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 개혁안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막바지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연금 개혁안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21대 국회 처리가 무산되는 분위기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가세해 22대 국회로 넘겨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절충안으로 거론돼 온 소득대체율 44% 방안을 전격 수용하는 등 21대 국회 처리에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거듭 22대 국회 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연금 개혁 무산에 따른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연금 개혁이 번번이 무산된 건 재정 고갈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과 보장성 강화를 둘러싼 이견이 팽팽하게 맞선 데 따른 것이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 위원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시민 대표 500인이 참여한 공론화위 숙의를 통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이 채택됐다. 연금특위는 이 안을 바탕으로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이 43%, 더불어민주당이 45%를 고수하면서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 불과 2% 차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연금 개혁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연금 개혁은 재정 고갈에 따른 미래 세대 부담 증가를 감안하면 하루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제안을 정치적 공세라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궁색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여야정협의체를 꾸려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대응하고 있으나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대응에 불과하다. 21대 국회에서 2022년 이후 2년 가까이 다양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까지 거쳐 여야가 거의 합의에 이른 개혁안이다.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그대로 받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다. 26년 동안 묶여 있던 ‘내는 돈’ 9%를 13%로 올리기로 한 것만 해도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22대 국회에서 충실하게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이 모두 필요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 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내는 돈’ ‘받는 돈’과 관련된 모수 개혁을 21대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키고 22대 국회에서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면 될 일이다.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해도 연금특위를 구성하고 새로운 개혁안을 만드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 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50조 원의 재정 부담이 추가된다고 했다. 연금 개혁에 묘수는 없다. 그나마 지금이 국민적 합의에 가까워진 시점이다. 대통령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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