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 휴진·총파업 예고한 의료계, 도리도 염치도 없나
의협 오는 18일부터 총파업 돌입 결정
“외곬 직역 이기주의” 여론은 더 싸늘
대한의사협회가 9일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등을 요구하며 범의료계의 집단 휴진 곧 총파업을 발표했다. 대한의협은 이날 서울 의협회관에서 4일부터 나흘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 73.5%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부터 실제 총파업이 진행되면 역대 네 번째가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즉각 “불법 집단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복귀하는 전공의에는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정부의 연이은 유화책에도 의협이 더 높은 강도로 맞서면서 의료 현장은 정말 파국을 코앞에 두게 됐다. 정녕 이게 의료계가 바라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
의협의 총파업 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4일 정부가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면서 촉발됐다. 정부가 복귀 전공의에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사직 전공의에도 당장 처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유화책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를 요구하며 되레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이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빌미로 17일부터 중증·응급을 제외한 총파업을 밝혔다. 의협도 결국 이를 뒤따르며 의료계 총파업의 강성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이를 보면 지금 의료계는 무조건 정부에 지지 않겠다는 ‘의사 불패’의 맹목적인 직역 이기주의만 있는 듯하다.
전공의 구제책을 제시한 정부의 유화책에 대해 의료계가 총파업 카드로 더 세게 맞받으면서 국민은 의료계로부터 더욱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국민은 100일이 넘도록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를 학수고대해 왔고 정부 역시 초기 강공책에서 이미 몇 걸음 양보했다. 그런데도 의료계만은 한결같이 요지부동이다. 이번 전공의의 행정처분 명령 철회도 형평성 논란이 이는 마당인데 취소를 요구한 것은 완전한 면죄부를 달라는 것과 같다. 국민의 눈에는 오만함의 극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타협책은 아예 없고 줄곧 자기 입장밖에 모르는 의료계에 국민의 시선이 더 싸늘할 수밖에 없다.
의협은 총파업을 결정하면서 “강력한 투쟁”을 강조했지만 환자 단체들은 오히려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바라고 있을 만큼 의료계에 격앙된 모습이다. 그동안 고통을 겪었던 많은 국민의 속마음도 사실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의료 사태에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 간 극한 대치를 끝내야 할 시점인데, 의료계가 새로 총파업을 벌여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당장은 총파업으로 바뀔 게 없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선언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들끼리만 살아가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국민과 환자들에게도 도리와 염치를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