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전국서 자영업 하기 가장 힘든 도시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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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앞 공실률 25.6%로 사상 최대
‘기업하기 좋은 도시’ 행동으로 보여야

부산의 2024년 1분기 자영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3%(4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대표 상권 중 공실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상권 점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2024년 1분기 자영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3%(4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대표 상권 중 공실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상권 점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문을 닫는 부산 지역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산 자영업자 감소 현황 및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지역 자영업자 수가 전국보다 50배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지역 자영업자 수는 2024년 1분기에 31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만 명(11.3%)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자영업자 수는 변화가 거의 없는 수준인 0.2% 감소에 그쳤다. 반면 울산 13.3%를 비롯해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다른 광역시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 유독 부산만 자영업자가 몰락하면서, 과거 번화가 곳곳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 점포이거나, 5층 건물의 3개 층이 모두 공실인 경우마저 수두룩한 실정이다. 부산이 ‘자영업 하기 가장 힘든 도시’로 불릴 지경이다.

부산연구원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과 함께 유독 심각한 부산의 청년 인구 감소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1분기 동안에만 3000여 명의 청년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출됐고, 저출생과 대학 정원 축소 등에 따른 후폭풍이 대학가를 덮쳤다는 설명이다. 부산 대표 상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에 8.7%로 전년 동기 대비 3.6%포인트나 급등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 0.7%포인트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특히 부산대 앞 공실률은 25.6%로 지난해보다 13.5%포인트나 늘어났다. 소규모 상가의 공실이 거의 없었던 경성대·부경대 상권 역시 올 1분기 들어 2.7%가 비었다. 이미 부산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적으로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으로 자영업자가 못 갚은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10조 8000억 원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 4000억 원이 급증했다. 향후 금융권이 채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자영업자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인구가 23%를 차지하는 등 청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도시 소멸 위기에 빠진 부산은 이미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의 몰락은 사회적 불안감을 키우고, 고용 위기, 소비 부진, 가정 파탄,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답답한 사실은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줄파산·줄폐업을 막을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부디 허울뿐인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여야 정치권도 국력만 소모하는 정쟁에서 벗어나 파탄에 이른 자영업자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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