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에 광범위하게 파고든 마약 범죄, 근절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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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대학생까지 '환각 파티' 적발
단속·재활, 총체적 방향 전환 모색을

베트남 노래방 베트남 노래방

마약 중독이 연령·계층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대학생들까지 ‘환각 파티’를 벌이다 붙잡혔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남 진주시에 우후죽순 생겨난 ‘베트남 노래방’에서 최근 흥분·환각제인 엑스터시를 복용한 내외국인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5일 수도권 대학생들이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집단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6명을 기소하고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했다. 일부 이주민 집단과 젊은 층에 만연된 마약 실태가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미 청소년까지 마약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어서다. 마약 대응에 총체적인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베트남 노래방’ 사건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외국인 마약 범죄 실태를 잘 보여준다. 마약은 베트남 국제결혼 부부와 캄보디아인 중간책을 거쳐 유흥가에 광범하게 유통됐다. 마약 사범들은 대낮에 노래방에서 ‘마약 파티’를 벌이는 대담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베트남 노래방’ 마약 투약은 드러난 것만 지난 1년간 4건이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감안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울산에서 태국산 합성마약 ‘야바’를 들여온 태국인 26명이 검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경남 양산, 울산, 대구를 근거로 유통망을 갖췄다. 이주민 사회 내부에 마약 카르텔 생태계가 독버섯처럼 자라난 것이다.

수도권 13개 대학생들이 연루된 투약 사건도 마약의 일상화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소위 명문대 출신인 연합 동아리 회장은 회원 300명 중 일부에 액상 대마와 엑스터시 등 다양한 마약을 유통했다. 마약 판매 수익으로 고급 호텔에서 호화 파티를 여는 방법으로 회원수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마약 유통이 젊은 세대를 파고든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23년 10대 마약 사범은 1477명으로 전년 481명 대비 207%, 20대는 8368명으로 전년 5804명보다 44.2%나 급증했다. 10~20대의 마약 경각심이 무뎌진 것이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국적 마약 조직의 필로폰 대량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과거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국제적인 마약 카르텔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영화에서나 보던 ‘10대 마약상’이 현실이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청소년, 대학생, 외국인 가리지 않고 중독자가 폭증한 것은 지금까지의 마약 단속과 수사, 재활에 허점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마약은 철저히 뿌리 뽑고, 중독 치료·재활은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사법당국뿐만 아니라 행정과 교육, 종교·사회단체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전 사회적인 마약 근절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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