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통항 재개해도 정상화에 최소 6개월 [호르무즈해협 봉쇄 40일 파장]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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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유조선 정상 통항 붕괴
VLCC 만재율 95%로 급등
하역 항만 병목 사태 불가피
해수부, 홍해 통한 운송 허용

중동 전쟁으로 폐쇄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 해상에 화물선과 유조선들이 고립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폐쇄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 해상에 화물선과 유조선들이 고립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종전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유조선 운항 정상화는 즉각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기간 페르시아만 안쪽에 고립된 선박들이 해협 개방으로 한꺼번에 출항 러시를 이룰 수 있고, 목적지 항만에서 병목 현상이 반복해서 발생하면서 정상화까지 최소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는 최근 발간한 특집 리포트 ‘호르무즈 통항 재개와 시장 정상화의 시차’를 통해 “종전이 즉각적 시장 정상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구조적 요인 분석 전망을 6일 밝혔다. 리포트는 2월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정상 상업 탱커(유조선) 통항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고 전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페르시아만 내 VLCC(대형 유조선) 만재(적재) 비율은 전쟁 전 평균 약 49%에서 95%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는 해협 입구에 대기하는 선박이 아니라 봉쇄 기간 동안 화물을 싣고도 출항하지 못한 만재 유조선이 해협에 고립돼 있기 때문이다.

해진공은 특히 페르시아만과 동북아시아를 오가는 VLCC 왕복 항차 사이클이 40일 내외인 점을 주목했다. 해협 폐쇄 기간이 40일 이전이면 일회성 병목 뒤 수습될 가능성이 있지만, 40~45일을 넘어서면 복귀 선박이 호르무즈 동쪽에 집결해 2차 도착 급증과 반복 병목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7일이 전쟁으로 해협이 막힌지 40일째 되는 날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반폐쇄 해역인 호르무즈해협은 출구가 차단돼 내부에 선박이 갇힌 데다 선박 3분의 2의 목적지가 동북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하역 항만에서 병목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꺼번에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들과 기존 항차 사이클에 맞춰 운항하던 선박들이 목적지 항만에서 대거 몰리면 항만은 급증한 수요를 처리하기 어려워지고, 선박들은 하역 순서를 기다려 항만에 대기하면서 물류 처리 과부하 및 하역·운송 지연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병목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전쟁 전 수준으로의 회복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임강빈 해진공 해운정보팀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 입장에서 단기 핵심 리스크는 공급 가용성보다 터미널 처리 용량”이라며 “동북아 주요 수입 터미널에 대량의 원유가 짧은 기간 동시에 도달할 경우를 대비해 4~8주간 터미널 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같은 원유 운송로 경색 장기화에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의 대체 경로인 홍해를 통한 운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업부가 지난 3일까지 화주·선사 간 운송 계약이 확정된 원유 운반선 정보를 공유했고, 해수부는 해당 선사의 홍해 운항이 가능함을 통보 완료했다”며 “앞으로도 일정 요건을 갖춘 원유 운반선의 홍해 통항을 허용하는 등 민간의 추가 물량 확보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사우디 서부 얀부항을 통한 원유 운송을 지원한다. 얀부항은 일일 최대 500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으며, 현재 동부 유전지대에서 1200km 길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황 장관은 “현재 홍해를 이용하는 파나마,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의 원유 운반선과 화물선 등이 있는 만큼, 유전지대 파이프라인을 거쳐 얀부항을 활용한 운송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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