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15 특사' 정치적 흥정의 대상 아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복권 대상자
정치인 누리는 특권으로 비칠 우려
취재진 질문 답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과거 정부의 유력 정치인이 다수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포함했다. 이 안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으로,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이 심사위원회의 원안을 그대로 재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정치인들이 법의 처벌을 받은 뒤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번 8·15 특사가 정치인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서다.
이번 사면 및 복권 대상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는 단연 김 전 지사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22년 12월 사면을 받고 풀려났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도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4년 2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이들이 복권되면 정치인으로서의 온전한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서는 특히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당 입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면 피선거권을 회복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3월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가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여야 협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도 있다. 반대로 김 전 지사를 끼워 넣은 건 친명-친문 간 야권 분열 노림수라는 해석도 많다. 하지만 정치적 해석을 떠나 김 전 지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데 복권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혐의가 입증됐는데도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사건 관련 잘못이나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특검 수사는 물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다. 복권은 최소한 자신의 범죄에 대한 뉘우침이 전제돼야 한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속하지만, 이는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정서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자칫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마저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8·15 특사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어선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