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를 내 손안에, NFC 스마트폰 케이스로 매출 400억 목표" [Up! 부산 스타트업]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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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슬래시비슬래시 정용채 대표

NFC 활용 스마트폰 케이스 개발
디즈니 등 글로벌 IP 150개 확보
배경화면 등 테마 자동으로 변경
LA·도쿄 등 오프라인 매장 운영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를 넘어, 콘텐츠와 기술의 조화로 초개인화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을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로 올해 매출 400억 원을 바라보는 제조업 기반의 부산 스타트업이 있다. 2020년 설립 이후 4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룩한 눈부신 성과. 생존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타트업계에서 창업한 지 5년도 채 안 돼 세 자릿수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이 기업은 올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의 스타트업 '슬래시비슬래시' 정용채 대표를 만나 비결과 노하우, 이 스타트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 디즈니를 내 손안에 '폰꾸' 끝판왕

슬래시비슬래시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 거치대 등 NFC에 기반한 '스마트 프로덕트'다. 특수 설계된 스마트폰 케이스에 NFC 칩이 이식된 얇은 카드를 가져다 대거나 삽입하면, 수 초 만에 스마트폰의 배경 화면부터 앱 아이콘 모양 등 스마트폰의 UI가 자동으로 변경된다. NFC 액세서리에 내장된 캐릭터나 브랜드의 그림으로 스마트폰을 기호에 맞게 꾸밀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화면만 바뀌는 게 아니라 특정 앱을 구글스토어 등을 통하지 않고 설치도 가능하다.

슬래시비슬래시 NFC 액세서리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150여 개의 글로벌 IP(지식재산)를 정식 계약을 통해 확보한 것. 디즈니, 유니버셜 스튜디오, 포켓몬, 넷플릭스, 스타워즈, 심슨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브랜드 라이센스를 확보해 매년 300여 개 이상의 신제품을 런칭하고 있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는 물론 게임, 골프웨어, 아이돌, 지역 기반 미술작가와 협업 등 전 분야 모든 콘텐츠를 망라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정 대표는 "과거의 케이스가 스마트폰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 많았다면, 이젠 사람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폰꾸(스마트폰꾸미기)'의 성격이 강하다. 제조사가 만들어주는 스마트폰에 개성 표현의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에게 인기"라며 "콘텐츠 제작 전문 디자이너, 기획자들과 함께 제품 기획부터 글로벌 IP사 매칭까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스마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IP를 활용한 슬래시비슬래시의 액세서리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 공식 지정 파트너사로 선정되어 ‘SLBS’란 브랜드명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으로 판매 중이다.


■글로벌 IP를 가지고 노는 부산기업

슬래시비슬래시는 이름 자체에 '협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자판의 슬래시'/'와 반대 방향의 '백슬래시'를 결합하면, 협업을 의미하는 'X(곱하기)'가 되어 시너지를 낸다는 뜻이다.

정 대표가 가장 먼저 확보한 IP는 디즈니다. 업계에서도 디즈니는 IP를 활용하는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스마트 프로덕트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군으로 디즈니를 설득할 수 있었고 삼성의 공식 지정 파트너사라는 것도 한몫했다. 디즈니를 시작으로 수많은 글로벌 IP와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슬래시비슬래시의 스마트 프로덕트는 '글로벌 IP를 내 손에 담았다'라는 수준을 초월한다. '글로벌 IP를 가지고 논다'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지난 5일 미국 시장을 겨냥해 NFL(미식축구리그)을 테마로 한 특별 케이스를 선보였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독점으로 협업해 갤럭시 Z플립6 전용 NFL 에디션을 출시한 것. NFL을 테마로 스마트 프로덕트를 선보인 것은 슬래시비슬래시가 최초다. 58회 슈퍼볼 우승팀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비롯해 마이애미 돌핀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등 리그 12개의 팀의 로고와 색상을 반영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NFL의 두터운 팬들로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슬래시비슬래시는 글로벌 인기 콘텐츠의 한정판을 출시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 '분노의질주' 시리즈 한정판은 차고를 연상케 하는 특수 제작된 패키지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요 차종의 미니어처를 함께 담아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게임 '원신' 한정판은 캐릭터 피규어, 거치대, 무선충전기 등을 같이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정 대표는 "보통 한정판은 출시하자마자 하루를 넘기지 않고 모두 완판된다"며 "원신 경우 5분 만에 1000대 물량이 모두 동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1,2년 앞의 트렌드를 미리 내다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IP 회사로 도약 꿈꾸다

슬래시비슬래시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인을 2022년 설립했다.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마닐라에 ‘SLBS 스튜디오’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운영 중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수출로만 48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800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지난해 총매출 215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4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래시비슬래시가 성장하는데 부산시·부산테크노파크 등 기관의 도움도 컸다. 슬래시비슬래시는 지난해 '부산 대표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아 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에이스스텔라’에 선정됐다. 정 대표는 "창업초기, 중기 등 단계마다 적절한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슬래시비슬래시는 부산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슬래시비슬래시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자체 IP 비즈니스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초 엘지유플러스와 협업해 반려인구를 위한 한정판을 선보였다. 슬래시비슬래시 디자이너들이 직접 캐릭터를 그리고, 스마트태그를 활용한 위치추적기와 반려견 전용 샴푸를 함께 묶어 출시해 1000대 완판 시켰다. 정 대표는 "남의 IP를 사와서 사업을 성장시켰다면, 이제는 슬래시비슬래시만의 자체 IP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브랜드 자체 IP와 지역의 IP 회사들과의 협업 통해 제품을 만들어, 콘텐츠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물류허브 도시라는 부산의 미래상에 거는 기대도 크다.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을 부산 물류창고에서 취합해 수출하고 있는데, 신공항 건설 이후 부산이 글로벌 물류 허브 도시가 된다면 미국·동남아 등 수출이 더 원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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